살인적 폭염, 노년, 취약층이 위험하다
살인적 폭염, 노년, 취약층이 위험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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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그제 제주시 김녕리의 낮 최고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다. 1942년 7월 25일(37.5도) 이후 75년 만에 제주시 최고 폭염으로 기록됐다. 지난 21일에도 낮 최고 기온이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7월 날씨로는 두 번째인 37도까지 치솟았다. 길에서 몇 발짝만 옮겨 다녀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온 섬이 찜통이다. 이런 고온 현상이 내달에도 이어진다니 여름 내내 치러야 할 무더위와의 전쟁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살인적 폭염은 벌써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제주시 아라동에서 조경 작업을 한 뒤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던 주민(50)이 고열 등의 증세로 사망하는 등 지난 23일까지 23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또 지난 22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서 관광객(88)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폭염 특보가 연일 발효된 지난주부터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폭염 특보 가운데 폭염 주의보는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폭염 경보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제주도는 이미 ‘경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년 취약계층의 건강이다. 고혈압과 당뇨, 위장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노년층에게 폭염은 한순간에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적이 될 수 있다.

이들 노년층 가운데는 전기 요금이 무서워 선풍기조차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상당수다. ‘아프고 너무 더워서 밤새 잠 못 이루다가 새벽에 겨우 잠을 좀 잔다’는 70~80대 독거 노인들의 탄식은 우리들의 마음을 짓누른다.

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사용 요금으로 내는 에너지 빈곤층이 우리나라에 130만명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폭염의 위협에 처한 노년, 취약층을 적극적으로 구호해야 한다.

폭염을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재난’이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 한낮에 일을 중단하는 ‘무더위 휴식시간제’를 도내 모든 사업장으로 확산시켜 적극 시행해야 한다. 행정시와 읍·면·동은 주민센터 등의 ‘무더위 쉼터’를 취약층의 ‘폭염 대피처’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독거노인에 대한 여름철 돌봄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나 기업들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된다. 제주에너지공사(사장 김태익)가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주시, 서귀포시, 한전 제주지역본부와 협의해 시행하는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제도 등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취약계층이 폭염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이웃의 사랑과 보살핌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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