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녹색으로 변해버린 해변, 악취까지 진동
[르포]녹색으로 변해버린 해변, 악취까지 진동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7.07.2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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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갈파래 습격에 몸살 앓는 신양해수욕장을 가다
굴착기 등 쉼 없이 수거작업 “10t 치우면 다음 날 20t 쌓여 의욕상실…인력지원 등 절실”
24일 서귀포시 신양해수욕장에서 굴착기와 불도저가 모래사장을 점령한 구멍갈파래를 치우고 있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제주일보=고권봉 기자] 속보=끝이 없이 밀려드는 구멍갈파래(5월 8일 5면 보도)로 인해 신양해수욕장에 비상이 걸렸다. 마을에서는 청년회를 중심으로 수거반을 가동하고 행정에서는 장비 등을 동원하고 있지만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24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해수욕장.

지역에서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 모래사장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바닷속에 있어야 할 구멍갈파래가 피서에 나선 이들의 물놀이를 시샘하듯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구멍갈파래는 너비 약 30m, 길이 약 1㎞ 정도의 띠를 두른 채 모래사장을 점령한 것도 모자라 햇빛 등에 노출되면서 초록색이던 모습은 하얗게 썩어가면서 고약한 냄새까지 풍겼다.

사정이 이렇자 공사장에 있어야 할 굴착기와 불도저, 덤프트럭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굴착기가 굉음을 내며 모래사장 위에 널리 퍼진 구멍갈파래를 한 곳으로 모았다.

모인 구멍갈파래는 곧바로 불도저가 밀고 나가며 덤프트럭에 가득 실었다.

이날 덤프트럭에 가득 실린 구멍갈파래 약 100t은 육상으로 옮겨졌다.

이틀 전에 신양리 청년회가 치운 구멍갈파래 54t은 해수욕장 옆 캠핑장 한쪽에 쌓여 있었다.

정훈필 신양리 청년회장(40)은 “해수욕장 개장 시기를 전후해서 청년회에서 하루 10여 명 정도 투입해 구멍갈파래를 치우고 있다”라며 “하지만 오늘 진땀을 빼며 10t을 치우고 나면 내일 20t이 쌓여 있는 모습에 환경정비 활동에 대한 의욕마저 빼앗기고 있다”라고 허탈해했다.

특히 정 회장은 “매일 애쓰며 치우고 있는데 정작 놀러온 이들은 구멍갈파래가 뒤덮은 모래사장을 보고 되돌아갈 때 가슴이 아프다”라며 “매일 치울 수 있는 인력 및 사업비 등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제주도 차원 지원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고태욱 성산읍 소득지원담당은 “현재 인력으로는 치우는데 한계가 있어 지난 6월 25일부터 시설비 일부 투입해 장비를 동원해 2~3일에 200~300t을 치우고 있다”라며 “모래 유실 문제가 있지만 해수욕장의 정상적인 기능과 악취 민원 등을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조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제주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구멍갈파래 유입이 본격, 당분간 이런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어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제주도는 이달에 1억5470만원 들여 파래 대량 발생 지역에 대한 오염원 분석 등 신양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한 파래 발생 원인 규명 및 모니터링 용역에 들어갔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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