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드는 순간, 서늘한 밤이 찾아온다
펼쳐드는 순간, 서늘한 밤이 찾아온다
  • 송현아 기자
  • 승인 2017.07.20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더운 여름 식힐 미스터리·스릴러 책

[제주일보=송현아 기자] 연일 폭염 특보가 내리는 등 벌써 제주는 찜통 더위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여름하면 역시나 공포 또는 미스터리와 스릴러 작품들이 묘하게 끌린다.
날이 점점 더워질 땐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토리, 등골이 오싹해지는 장면들이 가득한 스릴러 소설로 더위를 식혀보는 것이 어떨까.
무더운 여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책을 소개한다.

 

#반전에 반전의 연속 ‘절대 잊지 마’(저자 미셸비쉬·도서출판 달콤한 책)
조각 같았던 에피소드들이 합쳐져 하나의 퍼즐로 완성돼 가는 과정은 흩어진 레고들로 만들어낸 정교한 성처럼 놀랍기만 하다. 미셸뷔시 작가의 ‘절대 잊지 마’는 2004년에 발생한 두 사건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의 사건을 각각 하나의 이야기처럼 액자소설로 구성됐다. 추리작가와 독자의 머리싸움이 이어지지만 끝없는 이야기처럼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새로운 사건들이 계속 나온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처럼 독자들마저 헤매게 만드는 작가의 전략은 무척 교묘해 비밀을 알아차리긴 쉽지 않다. 저자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진해야만 하는 추리소설의 묘미를 아낌없이 선보이며, 책장을 덮은 뒤 한동안 머릿속에 맴도는 여운을 덤으로 남겨둔다.

 

#한국형 서스펜스 ‘7년의 밤’(저자 정유정·도서출판 은행나무)
치밀한 사전 조사와 압도적인 상상력으로 무장했다.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슬프고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세령호의 재앙이라 불리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두 살 서원, 세상은 그에게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올가미를 덧씌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작가 고유의 짜릿한 문장과 탄탄한 캐릭터 설정, 물 샐 틈 없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심해에서 수면으로 솟구치는 잠수부의 헐떡이는 심장처럼 숨 가쁜 서사적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작가는 강렬하고 장대한 스토리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동시에 사실과 진실 사이의 어두운 협곡을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공포의 기록 ‘살인자의 기억법’(저자 김영하·도서출판 문학동네)

공포의 실체가 드러난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은퇴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보적인 스타일로 여전히 가장 젊은 작가라 불리는 저자의 이번 소설에서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까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모든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책에서는 30년 동안 꾸준히 살인을 해오다 25년 전에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 알츠하이머에 걸린 70세의 그가 벌이는 고독한 싸움을 통해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공포 체험에 대한 기록과 함께 인생이 던진 농담에 맞서는 모습을 담아냈다. 잔잔한 일상에 파격과 도발을 불어넣어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는 그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기묘하고 따뜻한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록’(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도서출판 현대문학)

아무도 살지 않는 오래된 잡화점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록’은 강도짓을 하고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나던 삼인조 좀도둑이 ‘나미야 잡화점’으로 숨어든다. 그곳으로 난데없이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나미야 잡화점 주인’ 앞으로 온 편지는 고민 상담을 담고 있다. 삼인조는 누군가의 장난은 아닌지 의심하지만, 편지에 이끌려 답장을 해주기 시작한다. 이상한 편지는 한 통으로 그치지 않고, 답장도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고민과 인생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와 더불어 나미야 잡화점을 둘러싼 비밀도 하나 둘 베일을 벗는다.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떠올랐던 살인 사건이나 명탐정 캐릭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퍼즐을 맞추어가는 듯한 치밀한 짜임새는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명불허전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감동을 자아낸다.

#응징과 용서의 진정한 의미는 ‘돌이킬 수 없는 약속’(저자 야쿠마루가쿠·도서출판 북플라자)

한 번 죄를 저지른 사람은 새 삶을 꿈꿀 수 없는 것일까? 야쿠마루 가쿠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주인공이 과거에 저지른 죄, 그리고 15년 전에 했던 어떤 약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그려냈다.

자신이 일하던 가게의 손님이었던 오치아이의 제안으로 바를 겸하는 레스토랑의 공동경영자가 된 무카이. 그는 지금 과거의 삶을 버리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 자신의 성(城)을 새롭게 구축하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소박하지만 평온한 삶을 누렸다.그러던 어느 날, 버려버린 과거에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가 예전에 봉인한 기억을 되살린다.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이처럼 궁극의 물음으로 내몰며 읽는 이의 목줄까지 죄어오는 이 소설은 저자 야쿠마루 가쿠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딘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송현아 기자  sha@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