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가 울고 있습니다Ⅱ
우도가 울고 있습니다Ⅱ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07.19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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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태형 기자] “섬 속의 섬 우도가 흐느껴 울고 있습니다. 우도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울음소리가 무질서한 교통 문제입니다. 승용차와 버스, ATV, 자전거 등이 뒤엉켜 해안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풍경은 분명 아름다운 섬의 자연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최악의 오점임에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우도는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한 자연경관 훼손이라는 상처를 입었던 제주도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이제 우도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2013년 6월 제주포럼을 통해 우도의 교통 문제를 걱정했던 칼럼 ‘우도가 울고 있습니다’의 일부 내용입니다. 글을 쓴지도 어느덧 4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기우였으면’ 했던 걱정은 안타깝게도 현재진행형이 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느끼면서 가슴이 서리게 아파옵니다.

개인적으로 우도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한 지인께서는 “이렇게 가다간 몇 년 지나지 않아 망가져 자연적인 매력을 잃은 섬 중의 섬에 불과할 것”이라며 “지금 교통난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도의 미래도 없다”고 탄식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섬 속의 섬’ 우도가 ‘교통난’에 몸살을 앓는 섬으로 전락할 정도로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게 됐을까요? 물론 천혜의 자연 풍광을 지닌 독특한 매력에 반해 섬을 찾아오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연간 200만명 이상으로 급증한 게 출발점이 되겠지요.

하지만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이유로 망가진다면 세계의 모든 관광지들이 없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을 보면 다른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겠죠. 그럼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고민 끝에 내린 중요한 원인은 ‘탐욕’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연’에 앞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자본의 탐욕’이 우도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역주민 이익을 명목으로 성산과 우도를 오가는 도항선사가 3개사로 늘어나는가 하면 섬 속에서 운행하는 전세버스와 렌터카 업체까지 계속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차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자그맣고 평온한 섬에서 2000대에 이르는 차량들이 운행한다고 생각하니 ‘교통지옥’으로 변한 제주시 도심권과 별반 다를 바 없을 정도이지요.

자본의 탐욕성은 끝이 없다고 합니다. 지금 많이 벌어야 한다는 탐욕은 관광숙박시설과 음식점, 교통시설 등을 비롯한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우도 고유의 색깔을 잃게 되고 자연 환경 훼손이라는 치명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진리가 있습니다. 우도에서 주민 등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원천이 과연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게 ‘우도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자연 풍광’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원천이 훼손되거나 잃게 된 후 후회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결과는 없겠죠.

최근 3년간 우도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다친 사상자가 170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접수되지 않은 경미한 사고를 감안할 때 실제 사상자는 이보다 더 많고, 이로 인한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예상됐던 부작용들이 악화일로처럼 한꺼번에 분출되는 상황이지요.

지난번 칼럼에서도 얘기했듯이 우도의 울음소리는 자본의 탐욕을 멈추라는 자연이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뒤늦게 행정이 외부 차량 반입금지 조치 등에 나서고 있지만단순 처방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가장 바람직한 문제의 해결 방향은 지역주민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지역주민들이 우도를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지 모델’로 만들겠다는 자부심을 갖고 관광객들에게 천혜의 자연과 호흡하는 ‘힐링’을 선사한다면 분명 ‘우도만의 매력’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성산일출봉을 보며 웃음 짓는 쇠머리언덕의 푸근함을 간직한 우도는 오늘도 이렇게 애원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탐욕을 멈춰 주세요.”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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