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차별성 부각시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투자 이뤄져야"
"농촌 차별성 부각시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투자 이뤄져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1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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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정식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월동작물들이 육묘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② 드론을 이용한 방제. 미래농업은 어떤 모습이 구현될지 기대된다. ③ 제주지역 애플망고 하우스. 애플망고는 가격이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일보] 장마답지 않은 날씨로 제주 서부 지역의 대지는 뜨겁다. 이제 월동작물의파종시기와 정식시기가 겹치면서 우리네 농촌은 더위와의 전쟁을 이야기 하면서도 결국 귀결점은 노동력 확보에 그 논점이 모아진다.

더불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놉’은 인건비의 앙등으로 이어져 농산물 생산원가를 상승시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어쩌면 우리 농업이 안고가야 할 현실이고 더불어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경제논리의 상식인 자본주의에 기초를 두고 영농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영농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단위면적당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이 논리는 이미 농업에서는 적용돼서는 안 되는 상식이 돼버렸다. 모든 작물이 풍년이면 모두가 힘들어지는 기이한 현실 때문이다. ‘풍년의 역설’이다. 농업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타산업에 비해서 경쟁력에서 크게 뒤쳐진다는 생각은 우리 농촌공동체의 붕괴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추진하고 있는 최소임금에 대한 정책이 모든 언론의 핵심키워드가 됐다. 그 논의가 대한민국 경제의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연일 각종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다루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서의 근간인 농업·농촌의 유지와 발전에 관한 사항은 항상 폄하의 대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시류를 읽지 못하는 필자의 몽매함 때문일까?

지난달 미국 방문길에 “주어진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이 며칠 전 ‘우리 농어촌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범국민 캠페인을 제안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장관과 공무원들도 연차를 다 사용해 이번 휴가는 해외 대신 국내에서, 우리 농어촌에서 휴가를 보내자는 대국민 캠페인을 벌여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지역경제 등 내수를 살리기 위해 관계 부처와 기업, 경제단체 등이 농촌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협조해 달라”는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의 요청에 대한 화답으로 나왔다고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제주도를 비롯해 농촌체험관광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의 마을들이 큰 기대(?)를 갖게 한 소식이다. 물론 고맙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이 보도를 접하면서 무척이나 가슴이 저리고 무엇인가 목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는 듯한 체증을 느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농촌에 관심을 갖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액션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네 농촌상품이 질적 향상을 꾀하고 수많은 소비자가 감동을 얻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여름휴가는 농촌에서 지갑을 여시죠”라는 말보다는 대한민국 공무원과 공기업, 대기업 등 그나마 소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소비자 그룹에게 농촌에서의 휴가와 체험에 대한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농촌관광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우리네 농촌이 초고령화와 공동화를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고 일회성이나 이벤트성 농촌체험을 유도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농업·농촌을 무시하고 있는 그들의 관념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물론 일각에선 그래도 이번 여름휴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고마운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 농촌은 우리 민족이 반만년 동안 유지해온 정서인 나눔과 배려, 양보와 협치 등 대한민국의 정치·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핵심키워드가 되는 가치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는 이 사실을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더구나 여름휴가객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보다 ‘어메니티(Amenity·어떤 장소나 기후 등에서 느끼는 쾌적함을 일컫는 용어)’를 유지하고 있는 농촌이야말로 방문객들이 진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축적해 다시 일터에서 창의적인 업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임을 그들은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의 이러한 결과를 만든 것은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들이 우리 농촌을 앞다퉈 찾아 올 수 있는 여건과 상품을 개발하는데 소홀했던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이다.

그들이 우리 농촌에 지불하는 비용에 대해서 상대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시도와 개발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만 그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물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정책과 프로모션들도 있지만 우리는 많지 않은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농촌마을 사업은 투자와 기다림의 사업이다. 투자는 재정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교육과 사람, 환경, 문화, 정서 등 농촌이 가지고 있는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 대해 이뤄져야 한다. 다만 그 가시적인 성과를 시현함에는 인내를 갖고 기다리는 철학이 배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달 중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제주도정의 하반기 인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일 것이다.

부분적으로 과의 명칭이 바뀐다는 얘기도 솔솔 들려온다. 명칭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수많은 행정가·정치가·전문가들이 수세기 동안 변화에 대해 얘기해 왔다. 그럼에도 가장 어려운 것이 변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자신의 기준에 맞거나 자신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이 변화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가장 변화할 수 없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촌마을도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변화에 대한 묵시적인 두려움이 이를 더디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중천에 떠 있는 태양은 그 뜨거운 에너지를 우리에게 쏟아붓고 있다. 그 폭염을 피해서 그늘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그 폭염을 즐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 우리의 농촌이려니….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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