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할머니와 가야史
시조 할머니와 가야史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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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서울제주도민회자문위원.수필가/논설위원

[제주일보] “미스터 허, 할머니 고향에 자주 오세요.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와야 합니다.” 인도 아요디아의 미쉬라(B.m.P.mishra) 왕손(王孫)이 필자를 환송하는 자리에서 한 덕담이다. 아요디아(Ayodhya)는 델리에서 기차로 13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으로 고대 인도 고살라 왕국의 수도다. 힌두교 성지의 명소다.

나는 가락국 시조 김수로 왕비 허왕후의 64세손이다. 우리나라 수백개 성씨 중에 모성을 따른 씨족은 허씨가 유일하다. 인도는 가락국 시조 할머니의 고국이다.

허왕후는 인도 왕실의 공주 신분(16)으로 외삼촌(장유화상, 스님)을 비롯해 보좌 인력 20여 명과 함께 배를 타고 먼 항해 끝에 AD 42년 7월, 경남 진해 앞바다에 도래했다. 경남 김해를 근거지로 삼아 가락국(금관가야)을 창건한 김수로 대왕과 결혼했다. 가야사(史)의 시발점이다.

이러한 사실(史實)은 삼국유사(1281~83) 가락국기(駕洛國記) 편에 기술됐다. “저는 아유타국 공주로서 성은 허요, 이름은 황옥입니다.” 아유타국은 오늘날 아요디아다. 그곳 궁성을 보존·관리하는 미쉬라(58)는 파드마센왕의 후손으로 허왕후의 가계(家系)를 잇고 있다. 18년 전(1999년)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는 인도 정부 초청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정부 고위 인사와 대화 중 “2000년 전 한국에 시집 오셔서 김수로왕과 혼인한 허왕후의 고향과 그 후손을 찾고 싶다”고 간청했다. 김 총리는 김수로왕의 후손이다. 아요디아에 거주하는 미쉬라 왕손을 수소문했다. 김 총리는 아요디아를 방문하려 했으나 그곳은 공항이 없는 소도시여서 방문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후 김 총리는 귀국 후 같은해 미쉬라 왕손 내외를 초청했다. 허왕후의 600만 가락 종친들은 열광했다. 김해시장은 2000년 2월 아요디아시를 방문, ‘자매결연’을 했다. 허왕후와의 인연 때문이다.

가락 종친회는 전국 종친들의 성금을 모아 허왕후의 탄신지인 아요디아에 2001년 3월 ‘기념비’를 건립했다. 제막을 기념해 3월이 되면 성지순례단을 구성해 인도를 다녀온다. 한국에 부임하는 인도대사, 국회의장, 장·차관 주요 인사들은 김해로 내려가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능소를 참배한다.

2004년 봄 미쉬라 왕손 내외는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필자는 부부를 제주로 안내했다. 아요디아 내륙지방에서 온 내외는 제주섬의 풍광에 매료돼 체류시간을 연장했다. 중문관광단지 내 한 토산품점에 진열된 작은 돌하르방 한 쌍을 선물하며 방에 놓으면 백년해로 한다고 설명하니 파안대소했다.

지난달 1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국면하고는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야사는 섬진강 주변 광양만, 심지어 남원 일대까지 맞물리는데 금강 상류까지도 유적들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금관가야), 고령(대가야), 함안(아라가야), 남원, 임실 등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앞다퉈 ‘전담부서’ 조직에 착수했다.

지나간 일이지만 나는 2002년 봄 어느날 여의도 63빌딩 중국식당에서 최인호 작가(1945~2013)를 만났다. 김해시 지원으로 한 달여 동안 인도 허왕후 탄신지를 방문하게 되니 나에게 아요디아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다. 인도를 순례한 최 작가는 부산일보에 1년 4개월 동안 ‘제4의 제국’을 연재했다.

가야사 복원의 필요성은 뚜렷하다. 한국사 학계의 고질적인 식민사학의 굴레를 벗어나게 된다. 고대사가 온전하게 정립된다. 민족문화의 원류가 밝혀진다. 가야 철기문화의 실체가 규명된다.

김해시와 가락 종친회는 2001년 7월 19일 김해 대성동 고분군 현장에서 역사적인 ‘가야문화환경 정비사업’ 착공식을 거행했다. 2003년까지 1단계로 1297억원이 투입된 김해고도 복원사업은 대역사(大役事)였다. 앞으로 충분한 학술 토론을 거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통설’이 나와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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