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기강해이…국가예산은 ‘쌈짓돈’
소방공무원 기강해이…국가예산은 ‘쌈짓돈’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7.07.17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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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명목으로 수년간 탈법 저질러…계약구조 불투명 등 원인
제주일보 그래픽 자료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소방장비 구매 과정에서 발생한 납품비리는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수년간 ‘탈법’을 저지르고 국가예산을 편취했다는 점에서 도민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소방관서 계약담당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비리는 소방장비 납품 과정의 허술한 검수제도와 납품업자들과의 유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미비가 근본 원인이다.

여기에 일부 간부 공무원들까지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비리 행태를 묵인하는 등 범행에 동조,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업무를 다하는 소방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방장비 구매가격 부풀리고 되돌려 받아=이번에 적발된 소방장비 납품비리에서 주로 사용된 수법은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국가예산을 편취한 것이다.

소방 계약담당 공무원들은 구매하지도 않은 소방장비를 구매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작성하고 납품업자로부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국가예산을 빼돌렸다.

또 구매가격을 부풀려 이들 업자로부터 되돌려 받는 수법도 동원됐다. 실제 3600만원 상당의 소방장비를 구매하면서 구매가를 4700만원으로 부풀린 뒤 900만원을 되돌려받아 부서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편취된 예산은 대부분 부서 회식비와 소방관서 각종 행사비 등으로 사용됐다. 소방관서장 등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불법행위를 통해 조달된 것이다.

▲비리에 취약한 계약 구조=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도내 모든 소방관서에서 계약담당 소방공무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방장비 납품업자와 결탁해 수년간 지속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일선 119센터 근무자와 구매서류 등 결재·감독자 등도 이 같은 비리행태를 묵인하거나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등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됐다.

납품된 소방장비는 관련규정에 따라 검수가 이뤄져야 되지만 실제로는 검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거나 계약 담당자가 검수를 하고 검수자 도장을 날인하는 등 형식적인 검수가 이뤄졌다.

지방계약법령 등에는 계약담당자와 납품업자, 검수·검사자가 입회해 검수절차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제주지역 소방장비 납품과정에는 이러한 절차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또 20명 남짓한 소방공무원들이 도내에서 근무관서만 바꾸면서 계약 업무를 담당하면서 소방장비 납품업자들과 유착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월 구속기소된 소방공무원 강모씨(36)의 경우 납품비리 과정에서 소방장비 납품업자에게 2000여 만원의 뇌물을 받고 입찰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시민위 ‘일벌백계’ 필요성 강조=검찰은 이번 소방장비 비리에 100명이 넘는 소방공무원들이 연루된 점을 감안, 국민이 직접 기소·불기소 논의에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개최해 입건 범위와 기소 적정성을 논의했다.

시민위원들은 심의 과정에서 “소방 업무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업무이므로 다른 공무원 범죄보다 더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내세우며 일벌백계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계약담당자 전원 입건, 편취액 500만원 이상 기소 등 검찰시민위원회의 결론을 존중해 처리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점 해결을 위해 소방장비 납품 과정에서 외부기관의 납품 검사 대행, 검수 절차의 투명성, 재고 관리 대장 관리 철저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계약 담당 공무원의 주기적인 순환 근무 등 납품업자와의 유착을 방지하는 장치를 제도화하고 유사사례에 대한 전국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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