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는 사회 성숙을 가늠하는 척도
기부 문화는 사회 성숙을 가늠하는 척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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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착한가게’가 2000호점을 돌파했다.

착한가게 캠페인은 매월 매출의 일정액(3만원 이상)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정기 기부 형태로 2008년부터 시작됐다. 모아진 기부금은 어린이와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인다.

우리사회에 이런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기부는 많은 부(富)를 축적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천하의 부자라도 마음이 인색한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국수를 팔고 고깃집을 하면서 이런 기부에 동참하는 얘기들이 그래서 더 훈훈하게 다가온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적잖은 상실감과 좌절감에 빠져 삶을 포기하는 이웃도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양극화를 달리는 우리사회에 공동체 의식 회복은 우리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다. 기부는 나 아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 남을 먼저 챙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건강한 사회란 자기 몸 하나 가눌 수 있고 밥 세 끼 해결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끼며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다.

아직까지는 기부라는 단어가 어색하기만 하다. 최근 기부문화가 싹이 트고 있다고는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낮다고 볼 수 있다.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워런 버핏 등 세계적인 기부왕들의 기부 활동을 보면 그 사회의 힘을 느낀다. 지난 11일에도 워런 버핏은 또 31억7000만달러(한화 3조6500억원)를 기부했다.

그는 2006년 “내가 가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이후 올해까지 275억달러(한화 31조6000억원)를 기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20년된 고물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검소한 작은 집에서 살며 23년째 단골인 마을 이발소를 다닌다.

우리는 어떤가. 재벌 총수들이 연말이면 기부금을 내지만 알고 보면 회사 돈으로 생색내기가 대부분이다. 물론 기부를 실천하는 기업인들이 몇몇 있다. 하지만 재산이나 회사를 자식이 아닌 사회에 물려주겠다고 나서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부는 정부나 지자체가 해결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담당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부는 한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다. 워런 버핏의 기부를 보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우리의 척박한 기부 문화도 하루 빨리 성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부를 통해 점점 더 갈라지고, 부딪히고, 각박해져가는 우리사회를 어루만져주고 함께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기부문화의 확산이야말로 우리의 공동체를 진전시켜주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착한가게에 동참하는 업주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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