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여름 휴가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7.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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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공직자의 존재 이유는 시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고경실 제주시장이 지난 3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말이다.

‘제주시 공무원들의 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고 시장은 “공무원들을 힘들게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공직자들이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마늘 농가 일손 부족, 괭생이모자반 수거 등을 위해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라며 “현장에 공직자의 숨결과 손길이 있어야 하며 제주시 공직자들에게 감사한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 시장 취임이후 가장 중요한 시책으로 추진해 온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이하 배출제)’는 사실상 ‘총력전’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범 운영된 배출제는 많은 시행착오와 비판을 받기도 했고 지금도 완전 정착을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발생한 소각・매립쓰레기가 지난해보다 7%가 감소하고 재활용품은 38% 증가하는 등 환경적 가치 측면에서는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폐비닐 수거량이 지난해 전체 수거량보다도 241%가 증가한 것은 의미있는 변화이다.

지난해 11월 육지부에서 AI와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제주시는 지난 4월까지 6929명을 투입해 방역에 나서는 등 청정제주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6월 도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을 때도 확산 피해 차단을 위해 많은 인원이 투입됐고 AI종식을 앞두고 있다.

이는 제주시청 모든 공직자들과 제주시민들의 협조로 이뤄진 것이다. 기자가 취재하면서 만난 많은 공직자들이 휴가도 반납하고 자신이 맡은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다. 공직자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직자들도 공직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정책이라도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인지 고 시장은 지난 4일 간부회의에서 전 직원이 반드시 여름휴가를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고 시장은 “나도 8월 둘째 주에 여름휴가를 다녀 올 계획”이라며 “국장, 부서장들도 하계휴가를 반드시 가서 (나머지) 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여름휴가를 다녀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총무과는 국장, 과장 여름휴가 계획을 받아 시행 여부를 관리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 1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연차 사용을 당부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가 연차휴가를 모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장관들도 그렇게 하시고 공무원들도 연차를 다 사용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독려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휴가’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휴가’를 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의 휴가 소진율은 61%에 불과해 법으로 보장된 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근로자 휴가실태조사 시행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2013년 기준으로 1년에 평균 14.2일의 연차휴가를 보장받았지만, 이 가운데 8.6일(60.6%)만 사용했다.

근로기준법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1년 80% 미만 근무한 사람에게는 1개월 개근 때 1일의 유급휴가를 각각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글로벌 여행정보회사인 익스피디아가 2016년 조사·발표한 ‘전 세계 주요 28개국의 유급휴가 사용 실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근로자는 15일 중 8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은 이 조사에서 6년 연속 세계 최하위 국가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유급휴가 사용일수는 평균 20일에 이르렀다. 휴가 사용 일수가 10일 미만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오래 사용하면 수리가 필요하다. 그러면 사람은 당연히 ‘쉼’이 필요하다. 그런 쉼이 없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머뭇거리지 말자. 당당하게 떠나자. 한 광고 문구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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