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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사람의 공존-소통을 위한 '깜빡이'강형구.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커뮤니케이션정보대 부교수 / 논설위원
제주일보 | 승인 2017.07.11

[제주일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 ‘세계자연유산 등재 10년.’ 플래카드와 입간판에 2017년 제주는 우쭐하다. 한라산 숲 피톤치드에 심신이 윤기 나고 에메랄드빛 바다에 풍덩 몸담아 호연지기가 절로 되는 섬. “고향이 제주도예요!.” 요새는 부러움 가득한 탄성이지만 10여 년 전만해도 그 되물음엔 흘깃한 ‘신기함’이 녹아 있었다.

섬을 떠난 지 30년. 섬소년의 정체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철새처럼 여름마다 섬을 찾는다. 귀소 본능은 해갈되지만 섬은 시나브로 낯설다. 공항을 나서 숙소까지 짧은 시간 후벼 판 느낌.

섬은 몸살 중이었다. 곳곳이 공사판이다. 크레인이 도심 하늘을 뒤덮어 한라산은 왜소하다. 섬은 차로 꽉 차 있었다. 골목 양면을 꿰차 사람과 차 사이 아슬아슬한 마주침으로 덜컹하다.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은 사라진 지 오래다. 몇 초의 인내심은 종적을 감추고 경적은 음띠를 잇는다. 건널목에서조차 쫓기듯 뜀박질이 예사다. 종횡무진 질주하는 화물트럭은 마치 조폭의 그것과 종종 흡사하다. ‘제주에서 운전하기’라는 한 블로그의 글은 치부를 오롯이 드러낸다.

제주의 교통 관련 통계와 성적은 이렇다. 세대 당 차량 보유 대수는 전국 1위(제주일보, 7월4일자). 안전띠 미착용 전국 꼴찌(YTN, 5월21일). 운전 및 보행 행태 등을 평가해 산출한 교통문화지수(교통안전공단 2014년 발간) 도시별 순위도 뒷셈이 빠르다. 제주 섬의 운전 ‘적폐’는 청산 대상이다. 구호는 외쳤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머쓱하다.

정치와 행정이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신호 위반 및 과속 단속 카메라, 주·정차 금지 표지판, 일방통행 증설, 대중교통 강화, ‘버스 타라게’ 공공 캠페인 등등. 하지만 이끄는 자들의 적잖은 노력은 내비게이션 하나에 무력하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단속이 쥔 패를 집어내 피해가는 요령에 익숙하다. 절망에 머무르면 나락이다.

차와 사람의 공존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혜택인 편의성과 접근성을 누리면서 후유증(소음·정체·교통사고·공간 축소·공해·환경 파괴)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존. 소통(communication)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소통은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신호와 차, 차와 차 사이 뚜렷한 메시지의 전달과 화답. 소통은 차와 사람의 행복한 공존을 위한 기초다.

도로 위 소통은 오히려 쉽다. ‘말빨’도 필요 없고 ‘대인 울렁증’ 걱정도 없다. 차 간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깜빡이’ ‘헤드라이트’ ‘경적’ 등 장착된 기계에 몇 개의 손놀림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나는 좌측으로 곧 방향을 바꿉니다. 유의해서 운전해 주세요.’ 좌측 점등 신호 몇 초면 충분하다.

제주의 운전 문화는 이에도 게으르다. 건널목, 교차로 신호등도 늘 뚜렷한 메시지를 보낸다. 기계로 대체된 단순한 소통이지만 차와 인간의 질적 공존을 위한 장치다. 사람의 순간적 이기심은 메시지 흐름에 어깃장을 놓고 기계와의 소통은 이내 단절된다. 이야기 결말은 대체로 비극이다. 사통팔달 신호등인 교차로의 소통 결여는 다음 날 신문 사회면에 사고 관련 토막 기사 한 줄로 일단락되는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어쩌면 자연과 사람의 공존은 행성 지구 어디서나 찾아 볼 수 있지만 공존의 질감은 다른 차원이다. 공존의 가치가 행복과 상생을 아우를 수 있는가에 대해 물음을 자주 던져야 한다. 결국 소통에 부지런해져야 하는 사람의 몫이다. 열 숟가락이면 밥 한 그릇이다. 운전하면서 ‘깜빡이’ 터치에 공들여 보자. 외진 길 한적한 신호등의 메시지를 공명해보자. 차, 신호,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힘은 홀로 미약하나 제주 섬의 자연유산과 접목된 시너지 효과는 긍정적 파급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시 묻는다. ‘뭣이 중헌디?.’ 한 해 전 여름 인기몰이 했던 영화 대사 하나를 곱씹어본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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