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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의 문 앞에서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 승인 2017.07.11

[제주일보] 나무씨는 결혼 후 몇 차례 사업에 실패했다. 그러는 동안 배우자인 봄이씨는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거듭되는 사업 실패로 가족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 못했던 나무씨는,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그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는커녕 힘들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가 너무 서운했다. 그 서운한 마음으로 얼른 그러자며, 이혼을 승낙했다. 자녀들도 다 자신이 키우겠으니 아내한테, 어서 집을 나가라고 했다. 그 후 혼자서 두 아이들을 키웠다. 이혼할 때 7살, 5살이었던 아이들은 올 해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이 되었다.

이혼 초기에는 상대방에게 서운한 마음이 너무 커서 자녀들과 만나는 것을 어떻게든 못하게 막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아이들은 무슨 죄랴’ 싶어 한 달에 한, 두 번 아이들과 전 부인의 만남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 나무씨가 상담을 청해왔다.

2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여성이 있는데, 근래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섣불리 재혼을 결심하기 전, 이런 저런 마음들을 꺼내놓고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였다.

상담을 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가 “이상하게 슬퍼요”였다.

수차례 많은 고민을 하다 어렵게 결정을 내렸는데, 그러면 마음이 홀가분하고 기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슬픔이 밀려온다고 했다.

나무씨가 재혼을 고려하고 있는 새로운 배우자도 이혼을 경험하고 난 후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로 이혼이라는 경험을 하고 난 후 아이를 키우는 처지가 같아서 쉽게 친해졌지만, 다시 결혼이라는 것을 결심하기 까지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부모의 한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늘 안타까웠던 터라, 그 자리를 서로 채워준다는 마음으로 재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결정을 하려고 보니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을 상대방에게 이야기 하면 그건 어쩐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괴롭다고 하였다. 그런데 나무씨가 드는 슬픈 마음은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파생하는 감정이기 보다는 앞선 결혼에서 이혼을 하게 되면서 느꼈던 이별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나기 때문이 원인이라고 전했다. 또한 재혼을 하게 되면 오게 되는 변화 때문에 오는 감정이 더 크다고도 알렸다.

재혼을 생각하고 있을 때, 특히 재혼 가정에서 함께 키울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나무씨의 경우 지난 결혼에서 아내와 헤어지고 난 후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에 온통 집중하는 시간을 꽤 보냈다. 그래서 그동안 몇 번이고 오는 새로운 데이트의 경험들을 늘 망설였었다. 그러다가 최근 만난 상대하고 조금씩 친해지다가 자녀들에게 상대방을 소개 했을 때 아이들이 초반에는 상대방을 보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들과 상대방이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차츰 상대방이 키우고 있는 자녀하고도 친할 수 있는 기회를 서서히 주었다고 했다.

아무리 서서히 그런 시간을 가졌다고 해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하였다.

▲만약 아빠가 새로 결혼을 하게 되면 나는 헤어진 엄마를 지금처럼 만날 수 있을까?

▲이제, 헤어진 엄마와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는 영영 놓치게 되는 건가?

▲새엄마에게도 아이가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남들끼리 살아갈 수 있을까?

▲새엄마는 나를 영원히 좋아할까?

▲헤어진 엄마와도 아빠는 잘 지내지 못해서 이혼을 했는데 만약 새엄마하고도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무 씨와 새로운 배우자가 단단한 부부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지난 과거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도 조언하였다.

▲서로 약속을 정해 지난 결혼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히 할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공식적으로 마련한다.

▲그 마련한 시간에 이야기를 하고, 시간이 끝날 때, 언제 다시 이 시간을 가질지 서로 이야기 하면서 정한다.

▲어떤 문제든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각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친 자녀와 친부모 사이에는 아이들이 부모를 새엄마(아빠)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부모-자식 간의 시간을 일부러라도 정기적으로 갖도록 한다.

계부모는 자녀들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들이 다가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낳아 기른 자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내 아이든, 상대방의 아이든 각자 성격도 다르고 장점과 단점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너무 조급해서는 안 된다.

이혼, 재혼을 경험하는 당사자들은 어려운 일이 다가왔을 때, 스스로를 ‘이혼을 했기 때문에 혹은 재혼을 했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이라고 자신을 나무란다. 하지만 어떤 가족의 형태이든 어려운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초혼, 이혼, 재혼이라는 혼인의 형태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결의 열쇠는 내가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그때그때 대화를 하며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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