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문재인의 악수, 그리고 시진핑
트럼프와 문재인의 악수, 그리고 시진핑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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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제주국제대학교 특임교수 / 국제정치학 박사 / 논설위원

[제주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개최 도시 함부르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정상들과 만났다.

G20 정상회담 행사장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다독이며 긴밀한 관계임을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에 서 있던 시진핑 주석이 이를 보고 있는지 둘러봤는데 시진핑 주석이 이 모습을 놓칠 리 없었다. 현재 한국의 국제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다.

시진핑 주석의 명으로 촉발됐을 한한령(限韓令)으로 많은 한국 기업과 상공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중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상당 기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전략차원의 구도에서 한국의 사드체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사드체계는 기본적으로 공격형 무기체계가 아니며 방위형 무기체계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사드체계로 요격하기는 힘들다.

사드체계의 요격 고도는 150㎞에 불과하므로 1000㎞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중국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다 해도 한반도 상공을 경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중국이 왜 강하게 사드체계에 반대하고 있는가? 사드체계에서 사용하는 AN/TPY-2 고성능 엑스밴드(X-Band) 레이더의 위력을 중국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 레이더는 미사일 발사 후 600~1000㎞ 범위에서 추적이 가능하며 최대 2000㎞ 정도의 범위를 탐지할 수 있다.

사드체계는 중국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대해서 보다는 오히려 중국의 A2/AD 전략, 즉 해상거부 전략인 ‘반접근(Anti-Access)/지역거부(Area Denial)’의 군사전략 개념에 치명적일 것이다.

미국의 항모전단의 군사적 개입을 막기 위해 중국은 연안에 진입하는 항모를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서 유사시 미 항모전단이 상하이(上海) 기점 1000㎞의 해역에 도달하는 것을 사전에 저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접근거부 해역이 중국의 제1도련선(島鏈線) 안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사드체계를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다.

G20 행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서 사드체계 배치로 시작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가하는 경제 보복을 철회해 줄 것을 촉구했으나 시진핑 주석은 먼저 한국의 사드체계 배치 철회부터 요구했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한국이 사드체계 배치를 철회할 수 있을 것인가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으며 오랜 시간 대치해오고 있다.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안보적 방패는 한·미 동맹이다. 한국 국민들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국가안보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양보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한국의 불가피한 사드체계 배치를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한국과의 관계를 복원시키거나 아니면 지속적으로 관계를 악화시켜 한국·미국·일본을 한 축으로 만들어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로 몰아갈 수도 있다.

과연 어느 선택이 장기적으로 중국에게 이로운 결정이 될 것인가. 국제사회는 아직도 규범보다는 힘이 더 주도하고 있으며 국가는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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