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빈곤층 열대야 대책 시급하다
에너지 빈곤층 열대야 대책 시급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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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밤잠을 설치게 하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는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무더운 밤을 말한다. 서귀포시에서는 지난 2일부터 올 여름 열대야가 시작됐고 제주시에서는 3일부터 발생해 5~6일 연속으로 무더운 밤을 맞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주에도 최저 기온이 25도 안팎으로 예보돼 있어서 열대야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열대야가 가장 심한 곳이 제주도다. 폭염은 내륙 지역이 잦지만 열대야는 제주도에서 유독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제주도에서는 제주(북부) 43일, 서귀포(남부) 35일간 열대야가 발생해 전국 평균(10.8일)의 3~4배에 달했다. 전국 지역별로 지난해 열대야 발생일수를 보면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1,2위를 차지했고 이어 인천 33일, 서울·목포 각 32일, 여수 31일, 부산 30일 순이었다.

이처럼 제주도에서 열대야가 많이 나타나는 건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때문이다. 내륙 지방에 비해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바다의 영향으로 최고 기온이 내륙보다 낮지만 최저 기온은 높게 나타나며 일교차가 적다. 제주도의 습도가 높은 것도 기온이 천천히 떨어지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열대야는 폭염과 마찬가지로 3~4일 계속될 경우 인명과 건강에 상당한 위험을 가져온다. 그럼에도 전국 최고의 열대야 발생지인 제주도의 특수성에 대한 정부 차원이나 제주도 차원의 고민이나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이상 계속 이어지는 열대야 현상을 단순히 자연현상으로만 보지 말고 체계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열대야가 지속되면 저소득층 노약자에게 치명적이다. 전기요금이 무서워 선풍기조차 틀지 못하는 국내 에너지 빈곤층이 130만가구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에너지 빈곤층은 소득의 10% 이상을 냉·난방비로 써야 하는 계층을 말한다. 따라서 제주지방의 열대야 대책은 우선 주거 환경이 열악한 영세민이나 독거 노인,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들 취약계층에게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열대야가 30~40일 이어지는 것은 재난이나 마찬가지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여름철 열대야는 더 강하게, 더 길게 심각해질 전망이다. 앞으로 7~8월 거의 모든 날이 열대야가 될 것이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제주도에만 맡길 게 아니라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겨울철에 빈곤층을 대상으로 정부가 시행 중인 난방 바우처(voucher) 제도를 확대해 제주지방 열대야 바우처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을 챙기는 일이야 말로 정부가 우선적으로 서둘러야 할 서민지원 정책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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