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만 조선인위안부 영상발굴 주역 제주출신 강성현 교수
73년만 조선인위안부 영상발굴 주역 제주출신 강성현 교수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7.07.06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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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연구 논문도 다수…미국-태국 등 돌며 사료 발굴
전 정부, 12·28합의 후 돌연 연구사업중단…하마터면 사료발굴 ‘사라질 뻔’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일본군에게 끌려갔던 조선인 ‘위안부’의 겁먹은 표정, 맨발의 조선여성 등을 생생하게 담은 동영상이 73년 만에 공개돼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영상을 발굴해 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가 제주출신인 강성현 교수(42·성공회대)로 확인됐다.

이 18초짜리 영상은 오는 9월 결정여부가 판가름 나는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서울시청에서 조선인 위안부 여성의 존재를 입증하는 영상기록물을 공개발표한 강 교수(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팀)는 미국과 태국, 오키나아 등에서 현지발굴조사를 주도했다. 73년만에 세상에 처음으로 나오게 된 이 영상기록은 지금까지 사진과 증언, 문서 등으로만 보여줬던 조선인위안부의 실체를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기록물이다. 이 영상물은 1944년 중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긴 시간만큼이나 영상을 확보하는 과정은 험란했다.

강성현 교수(42·성공회대)

강 교수 등은 미군 164통신대 사진부대 소속 햇필드 이병과 에드워드 페이 병장이 태국과 중국 등지에서 각각 사진과 영상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하나를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우리나라의 국가기록원과 같은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자료들을 하나씩 들여다봤다.

수천개의 밀봉된 필름들 중 연관이 있을법한 200여릴통의 필름을 추려냈고 그중에 비로소 조선인 위안부 영상을 찾게 된 것. 1개의 릴통 당 평균 1시간짜리 영상이 담겨져 있어 수백개의 필름을 확인하는 작업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서울과 진주, 논산, 평양, 황해도, 평안남도, 신의주 등 곳곳에서 왔던 기록들을 다시 더듬어 대조하는 작업 등을 고려하면 3년을 훌쩍 넘겼다.

더욱이 영상의 배경인 중국 송산(松山)은 현재 구글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으로 태국-중국 사이의 쌀윈 강(Thanlyin River) 인근의 버마로드에 위치, 현장조사 역시 녹록치 않았다.

강 교수는 “미국에서 자료확인 작업을 3~4년째 진행하면서 수천장의 문서와 사진을 확인했고 관련 영상도 확인중에 있다”며 “당시 연합국으로 참전한 영국을 비롯 여러 나라들에서도 관련자료를 계속 수집중”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팀은 1944년 버마 미치나 심문장면과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 심문 장면을 따라 영상과 사료 등을 추적하는 등 조선인위안부의 사료가 있는 곳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문제는 이같은 연구가 하마터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이날 서울시청 브리핑에서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합의 이후 여러 압력이 있었지만 지난해 서울시의 후원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압력의 주체를 전 정부 여성가족부로 지목한 강 교수는 “여가부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국외 자료조사사업을 서울대 인권센터가 수행하기로 했는데 작년 1월 갑자기 사업이 취소됐다”며 “지난해 12월에도 위안부관련 사업이 명확한 이유도 없이 떨어진 바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 12·28이후 이뤄진 일들이다.

강 교수는 “위안부 문제 뿐 아니라 제주4·3연구 등을 하는 입장에서 전 정부시절처럼 학문연구에 정치적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역사왜곡을 하는 것”이라며 “새 정부 들어 이같은 문제들이 철저히 조사돼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녕고와 동국대 사회학과를 졸업,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친 강 교수는 제주4.3사건, 한국전쟁과 민간인학살,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을 연구해왔으며, 학계에선 손꼽히는 전쟁 연구자, 제노사이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서울대 인권센터 자료조사팀장과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로 일하고 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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