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은 예측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교육정책은 예측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 제주일보
  • 승인 2017.07.05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금희. 시인 / 제주대학교 제주씨그랜트센터 연구원

[제주일보]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에서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은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최근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외고·자사고 폐지, 수능 전 영역 절대평가 전환, 수능·EBS 연계 정책 폐지 여부 등 교육 정책 방향의 향방을 주시하며 해당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변화 방향을 두고 교육계 내부의 찬반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어 교육정책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애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은 상위권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신문 ‘르몽드’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이다. 학업 성취도는 우수하지만 한국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우며 경쟁이 심하다고 평가했다. 치열한 경쟁사회로 내몰려 남보다는 뛰어나야 하고 최고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바른 인성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생들이 장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대신에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압박감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바른 인성을 갖춘 사회의 유능한 구성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배려하는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서로 배려하는 사회로 발전시켜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방식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한다. 핀란드의 교육방식에는 인성교육이 지적교육보다 더 중요하다는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핀란드는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게 교육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핀란드 9년제 종합학교의 교육이념은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는 현실을 넘어 진실을 보도록 가르치고 있다. 동굴의 비유에서 플라톤은 죄수들이 동굴 벽면을 향해서 쇠사슬에 묶여 있다고 가정한다. 이 죄수들은 쇠사슬에 묶여 있어 뒤를 돌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벽에 비친 그림자라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들은 동굴 벽에 비치는 희미한 그림자의 형상을 통하여 진리를 이해하려고 한다. 어느 날 사슬을 끊고 동굴을 벗어나서 그림자의 실체인 이데아를 보게 된다. 동굴을 벗어나서야 비로소 진리가 보이는 것이다. 동굴 속으로 들어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진리의 그림자만 보면서 평생을 살아온 죄수의 눈에 비친 세상은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교육은 동굴 속에서 비친 그림자를 통해 보던 세상에서 벗어나 진리의 실체를 볼 수 있도록 인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역경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사회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 중에서 끊임없이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인간의 능력뿐”이라고 했다. 교육은 사회의 정치·경제·문화의 한 구성원으로써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성장 에너지·능력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서울지역 ‘자사고 학부모 연합’은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은 정치적 논리에 힘없이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어 방향이 바뀌는 교육정책은 이제 멈춰야 한다.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교육,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일관성 있는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을 마련할 때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