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달인
인생의 달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0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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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 제주문인협회장

[제주일보]‘달인’이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인생의 달인은 어떤 사람일까 하고. 반드시 연장자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에게 해당된다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건강하다고도 할 수 없다. 세간적으로 출세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다. 부자라고도 할 수 없고 학력이 있다는 것도 일치하지 않는다.

색안경을 끼고 사물을 정확하게 보려고 해도 무리다. 색안경을 쓰고 본다면 결국 그것은 색안경의 세계다.

‘색안경을 쓰지 않고 세상을 본다. 색안경을 쓰지 않고 사물을 판단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모두 자신만의 안경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죽음을 의식하면 색안경을 벗어버린다. 임종이 가까운 사람을 여러 번 봤다. 그 때 느꼈다. 색안경을 벗어버리는 게 그토록 감동스럽고 가슴이 뜨거워진다는 걸.

어차피 우리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을 지속하고 싶기 때문에 ‘생’을 걷고 있다.

생과 사의 사이에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어 그 두 개는 구별이 뚜렷하다고 느낀다. 아니다. 생과 사는 하나의 선상에 존재한다. 그래서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생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는 것, 그런 사람을 달인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다.

나이를 먹으면 사물을 대국적으로 보게 된다. 대국적이란 한 단계 높은 데서 내려다 본다는 의미다. 너그러워진다는 큰 뜻도 포함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오히려 시야가 협소해진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여전히 권력과 지위 명예에 안달하는 사람, 오직 나이가 많다는 것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무신경하든가 자신이 없는 쪽에 속한다. 아름다운 노인, 아름다운 장년이라는 표현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인생 70세 시대에 ‘달인’이라는 말은 울림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인생 백세 시대가 왔다. 오래 산다는 기쁨도 있지만 불안하다. 고독사, 존엄사, 단독사 같은 인간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인체는 노화한다. 자연의 원리이고 우주의 진리다. 지구도 노화한다.

노화를 나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죽음을 패배라고 보는 사상도 여전하다.

꽃이 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바란다. 지지 않고 계속 피어있는 것은 조화뿐이다.

폭발적인 고령화 사회가 됐다. 여러 가지 문제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밟고 선 그림자처럼 자신의 인생을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살아 온 사람이라면 ‘달인’이 아니겠는가.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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