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악취 위 '뜬구름' 잡는 행정
축산악취 위 '뜬구름' 잡는 행정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6.29 1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정흥남기자] ▲질문= 매년 수십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농가를 설득하고 있지만 민원은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 양돈악취 저감대책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답변= 농가의 자구노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 교육 등을 통해 설득해 나가겠다.

▲질문= 이게 설득할 사안이냐. 자구노력을 하지 않은 농가에 벌칙을 줘서라도 개선해야 한다. 한해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 않나.

▲답변= 올해에만 164억원 투자됐다.

▲질문= 지금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은 냄새 때문에 죽겠다고 한다. 도대체 말 되는 소리를 하라. 양돈과 관련 절대 권한을 가진 과장이 그런 태도로 나오니까 문제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제주도의회 정례회 회의장에서 나온 한 지방의원과 제주도 간부 공무원 간 질의와 답변의 일부다.

다시 돌고 돌아 축산악취가 도마에 올랐다. 질문과 답변이 예전의 모습을 흡사 베낀 것 같다. 강경대응 하라고 다그치는 의원과 검토하겠다는 공무원의 답변이 달라진 게 없다.

#축산악취로 곳곳서 고통

“현대화 사업과 무허가 양성화 등의 명분을 내세워 공공연하게 양돈시설 증축이 이뤄지고 있다. 행정은 주민들의 피해는 해결하지 않고 양돈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진흥시키는 정책만 시행하고 있다”

축산악취를 더 이상 참지 못해 지난 달 중순 제주시청에서 시위를 벌인 애월읍 금악리 주민들의 절규다. 축산악취는 비단 금악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돈장을 낀 제주지역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무더위가 몰려오는 여름철이면 집안 창문을 열어야 하지만 때 마침 저기압에 둥둥 떠다니는 축산악취가 주민들의 숨 쉴 공기조차 집어 삼키고 있다.

양돈장 인근 관광업체들의 어려움 또한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악취 때문에 코를 싸매고 고통스러워 하는 입장객들이 허다하다. 이에 업체 관계자들은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한다. 축산악취 민원은 매해 늘고 있다. 2014년 306건에서 2015년 573건, 이어 지난해엔 668건에 이른다. 이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접수된 공식민원이고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축산악취의 폐단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이 제주 양돈산업의 ‘아킬레스건’인 타지방산 돼지고기 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소원까지 제출한 상태다. 축산검역 문제를 내세워 타지방산 돼지고기가 제주에 반입되지 않아서 생기는 제주 양돈업계의 우월적 지위보장 시스템을 허물겠다는 반발이다.

그래서라도 축산악취 발생에 앙갚음 하겠다는 ‘오기’다.

#‘독불장군’ 절대 성공 못해

독불장군(獨不將軍)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말 그대로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따돌림을 받는 외로운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 제주 양돈산업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보장을 누구도 할 수 없다.

제주양돈업은 2015년 기준으로 4140억원의 총 매출액을 기록했다. 도내 양돈장 296곳이 평균 14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다. 양돈장 간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이 같은 매출은 제주지역 사업체 평균을 통틀어서도 ‘최정상급’이다. 그렇다면 응당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이란 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자신 때문에 불이익을 받거나 어려움에 처하는 이웃을 없게 하는 것이다. 이웃과 공존하는 것이다.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실천이 따르지 않는 축산악취 근절이라는 ‘구두선 행정’을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동원 가능한 대응책을 찾아내 악취를 발생시키는 양돈장에는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행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량한 주민들은 지방정부인 제주도만 쳐다보며 학수고대하는데 정작 제주도는 양돈장에 꽂힌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뜬구름 잡겠다는 것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