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류 약재, 조선 왕·왕실 임상에도 선호
제주 감귤류 약재, 조선 왕·왕실 임상에도 선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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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의약, 그 역사속으로…<19>제주 과원의 설치와 그 성격(9)
허준의 '동의보감' 내 감귤류 열매 약재류의 성미와 약리적 효과 내용 수록 부분-3쪽.
김일우 문학박사·㈔제주역사문화나눔연구소장

[제주일보] 제주 감귤류 열매의 약재는 상납된 뒤, 조선시대 때 국가의 보건의료기구에 두루두루 들어갔다. 이들 약재가 실제적으로 임상에 쓰였다. 그 양상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통해서도 헤아릴 수 없이 확인된다.

오늘날에 와 제주 감귤이 암과 성인병 발생 억제, 소화기능 강화, 혈압 감소, 비만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검증이 이뤄졌다. 아직도 감귤류 열매는 귤피, 진피, 청피, 혹은 지각과 지실이란 이름의 약재로서 한의약 조제에 널리 쓰이기도 한다.

한편 ‘동의보감’을 보면, 국내산 감귤류 열매 가운데 약재로서 쓰이는 귤피와 지각은 오직 제주에서만 난다고 했다. 이들의 각종 약재가 지닌 각각의 약리적 효과에 대해서도 본서의 탕액(湯液)편에 자세히 나오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귤피는 가슴에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하고, 식욕을 돋우며 소화를 촉진시킨다. 또한 설사를 멈추게 하며, 가래침을 삭힌다. 이어 기침도 낫게 하고, 구역질을 멎게 하며, 대·소변도 잘 통하게 한다고 돼 있다.

만일, 가슴에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하려면 흰 속을 긁어버리고 써야 한다는 사실도 나온다. 또한 귤피는 오랜 된 것이 좋고, 이를 ‘陳皮’(진피)라 일컫는다는 점도 특기하고 있다. 육(肉, 귤의 속살)은 갈증을 멎게 하고, 식욕을 돋운다고 한다. 또한 이를 많이 먹으면 담이 생긴다는 주의사항도 나온다. 귤낭상근막(橘囊上筋膜, 귤의 속살에 붙은 실 같은 층)은 갈증을 멎게 하고, 술을 마셔 토한 뒤 치료할 때 달여 마시면 좋다고 한다. 핵(核, 귤씨)은 요통과 산증(疝證, 아랫배가 붓고 아프며, 배뇨가 곤란한 증후) 등을 고친다고 나온다. 청귤피는 소화를 잘 시키며 가슴에 기가 막힌 것을 헤친다고 돼 있다. 열매 부위는 아니지만, 엽(葉, 감귤나무의 잎)의 경우도 가슴으로 치미는 기를 내려가게 하고, 간의 기를 잘 돌게 하는데 젖이 붓는 것과 협옹(脇癰, 옆구리의 난치 종기)에 쓴다고 한다. 지각은 폐(肺)의 이상에 따른 기침을 낫게 하며, 가슴 속에 뭉친 담을 헤친다. 또한 중풍으로 마비돼 가려운 것과 장풍(배변할 때 피가 나오는 증세) 및 치질을 낫게 한다고 돼 있다.

이들 ‘동의보감’의 내용을 통합·요약하자면, 감귤류 열매의 약재 등은 신체 오장육부의 기(氣) 치료에 좋음으로 각종 담(痰), 곧 생체 내 정상체액이 변질화해 생기는 증후에 대해 약리적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한약의 약리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첨가·배합하는 보조약재로서도 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 내용은 중국의 전통적인 의학서에도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조선시대 왕과 왕실가족의 임상에서도 구체적으로 적용됐다. 조선시대의 경우는 제주 감귤류 열매의 약재가 오늘날보다 더 활용도와 선호도가 높았다. 이는 왕과 왕실가족의 임상에 감귤류 열매의 약재가 자주 쓰였던 사실로서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우선, 왕가의 임상에서 감귤류 열매의 약재가 한약 제제, 혹은 약용과 관련해 단독으로 쓰인 대표적 경우를 보자. 왕실의 중전이나, 대비와 같이 여성이 병이 나면, 여성으로 의학적 소양을 지닌 의녀(醫女)가 환자를 만나 진맥을 통해 증후를 살피고, 이를 기록했다.

이어 그것이 내의원에 건네지면, 그 소속의 여러 의원이 상의를 거친 뒤 처방을 내렸다. 1649년(효종 즉위년)에도 중전이 병들자, 통상적 절차를 거쳐 처방전이 나왔다. 그것은 진피탕(陳皮湯) 4첩이었다.

이 때의 진단과 처방이 ‘이른바 매핵기(목구멍에 덩어리가 막혀 있는 것 같아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키려 해도 넘어가지 않으면서 매실 씨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이고, 이는 오장육부와 칠정(七情)의 기(氣) 흐름이 손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중전이 전부터 이 증후에 여러 번 시달렸다고 하니, 하루아침에 발병치 않았다. 이 증후에 탕약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더운 시기인지라 오로지 탕약으로 치료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감단(交感丹, 각종 스트레스 등으로 기가 막혀 흐름이 원활치 않음을 치료하는 환약)이 약재로서 맛과 효능이 최고로 좋고, 유부녀와 여성이 매핵기로 시달릴 때 이 약을 쓰면 그 약리적 효과가 신통하다고 한다. 교감단 10첩을 먼저 조제해 들임이 마땅하나, 환약 조제는 며칠이 걸린다. 그래서 구급약을 내놓지 않을 수가 없는데, 진피탕이 그것이다’였다.

이후 이 병과 관련해 기록이 없는 것으로 봐, 중전의 징후는 진피탕, 이어 교감단을 복용함으로 없어졌을 듯싶다.

1768년(영조 44) 영조는 농사 작황을 시찰하고 난 뒤, 환궁해서 일사병 징후를 느끼자, 퇴근 직전의 내의원 의원을 불러 진맥토록 했다. 의원은 먼저 오직 귤만으로 제제한 향귤차, 이어 진피도 배합해 조제한 여곽탕(茹藿湯, 더위 먹은데 쓰는 탕약)도 올렸다. 이로써 영조는 새벽이 돼서 징후가 사라졌다.

다음은, 감귤류 열매의 약재가 한약 제제, 혹은 약용과 관련해 주약재이면서도 다른 약재도 첨가·배합해 쓰인 대표적 경우를 보자.

 

▲밀가루를 이용해 좋은 진피 만드는 법 - 오염물·독성 제거…향기는 더 살려

김태윤 한의학 박사·(재)제주한의약연구원 이사장

귤피의 수치에는 밀가루도 사용한다. 특히, 참밀(小麥)의 경우는 ‘황제내경영추(黃帝內經靈樞)’에 “심장병에는 의당 밀을 먹는다(心病者, 宜食麥)”고 하듯이, 기원전부터 약으로도 애용됐음이 나온다.

귤피의 밀가루 수치에 대해서는 10세기 후반 ‘태평성혜방’에 나온다. 그 내용이 ‘귤피에 밀가루(麵)를 흩뿌려 그것이 노랗게 될 때까지만 볶는다’는 것이다. 한편 불은 온도에 따라 나뉜다. 곧, 불의 온도가 110~130도의 은근한 불은 문화(文火), 130~180도의 중간 불은 중화(中火), 180~200도의 센 불은 무화(武火), 200~300도인 아주 센 불은 탕(燙)이라 했다.

수치할 때는 용기를 사용하고, 문화의 불로 용기 안쪽의 온도가 40도에 이를 정도로 볶는다. 곧, 귤피에 흩뿌린 밀가루가 노랗게 변할 때까지만 볶으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는 귤피 내 수분을 증발해 말리는 법, 곧 건약법의 효과에 향기를 더욱 살리면서 강한 성질을 죽이기 위해서이다.

16세기 ‘의학입문’에서도 “무릇 약재를 사용할 때 싸서 굽거나,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뭉근한 잿불에 묻어 굽거나, 볶는 것은 독성을 없애고자 함이다(凡藥用, 火炮, 湯泡, 煨炒者 製其毒也)”라 했다.

여기에서도 약의 성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각종의 방식을 이용해 가열한다고 했던 것이다.

17세기 후반 ‘본초비요’에서도 “밀가루를 볶아 뜨거워진 불기운이 있는 재에 넣어 구어 익혀 강한 성질을 억제(麵煨…抑酷性)”한다 했다. 이것도 밀가루와 불을 같이 사용하면, 약의 성질이 누그러진다는 뜻이다.

현재도 밀가루는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나쁜 냄새를 잡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물에 쌀뜨물 또는 밀가루를 풀어 놓으면, 아주 작은 입자가루가 떠다니거니와, 이를 ‘콜로이드(colloid)’라 한다. 이들은 바닥에 잘 가라않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가루들이 씻을 때 귤껍질 표면에 부딪치면서 마찰을 일으켜 표면의 오염물을 떨어뜨리는 한편, 그것이 가루입자 표면에 흡착되고 만다. 또한 쌀·밀의 가루는 기름성분과도 쉽게 잘 섞인다. 이렇게 오염된 가루입자는 콜로이드 성질 때문에 그릇의 표면에 다시 붙지 않고 물속에 떠다닌다. 이로써 귤껍질 표면에 붙은 기름성분의 오염물도 제거된다. 만약 세제도 없고 쌀·밀의 가루도 없이 그냥 씻으면 일부 오염물이 떨어지기는 하나, 대부분 다시 표면에 달라붙고 만다.

요컨대 귤피는 밀가루를 사용해 수치할 경우, 오염물질과 독성제거뿐 아니라 향기를 더욱 살려 보존케 된다. 이로써 좋은 진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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