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이름, 문제 투성이
정당 이름, 문제 투성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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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정당(政黨, political party)에 관한 정의는 영국의 버크(Burke,E.)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정당이란 ‘주의(主義)와 정견(政見)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그 주의와 정견에 의거한 공동의 노력으로써 일반적 이익을 증진하고자 결합한 단체’이다.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것은 ‘어떠한 방법’으로 ‘누구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결합한 단체냐 하는 점이다.

그래서 정당은 파벌(faction)과 구별되며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정책에 입각하여 결합한 정치결사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익단체(interest group) 또는 기타 사회단체와도 구별된다. 정당은 공익성을 그 요건으로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당은 과연 어떠한가? 한국의 정당은 그 이름부터 구린내가 난다. 외국처럼 깔끔한 이름을 쓰지 못하고 여러 이름을 조합해서 쓴다. 자유당은 이승만의 독재정권 때문에 못 쓴다. 공화당은 박정희 통치 때문에 못 쓴다. 공산당은 불법이다. 민주당은 돌아가며 쓴다. 그래서 근본 없는 이름이 난무하고, 민주당 앞에 몇 글자 덧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름 하나를 고수해 온 정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당 이름에 뿌리도, 철학도 없다. 정당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정당이 사람을 만드는 외국과 달리 사람이 정당을 만들기 때문이다. 역대 집권자들이 ‘대통령당(黨)’을 만든 것도 그 원인이다. 자신들의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정당을 새로 만들거나 멀쩡한 당을 리모델링해왔다.

정당 이름조차 변변히 못 만들고 있는 이유는 정치인들 자신이 정당이 뭘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럴 것이다. 정치인들 자신이 시대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이념, 정치체제, 나라가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를 몰라서 그럴 것이다. 듣기는 그럴 듯하나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는 애매한 이름을 지을 수밖에 없다. 관심을 끌자니 이벤트식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정당들의 부침이 워낙 심하다 보니 이젠 그럴듯한 당명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제한된 단어를 가지고 조합을 반복하다 보니 정당의 이름에서 뿌리나 철학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민주당이 1823년 창당되어 역사가 200년에 육박하여 가장 길고, 영국의 보수당은 180여년, 미국의 공화당은 160여 년,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130여 년에 이른다. 가까운 이웃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만의 국민당은 100여 년, 일본의 자유민주당은 60여 년에 이른다.

한국의 정당들은 그 계층적 기반이 약하여 사회의 특정 계층이나 세력을 대표하지 못하고, 인물중심주의로 인하여 당수(黨首)의 정치적 운명과 함께 정당의 존립이 좌우되었다. 자유한국당은 한나라당의 후예이다. 정치적인 계보는 제3공화국 민주공화당의 맥을 잇고 있다. 민주공화당 이후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이 탄핵 정국을 맞아 당 쇄신의 차원에서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하였다.

자유한국당의 본질은 정권 재창출 그것만 있었다. 군사쿠데타에 뿌리를 둔, 부정부패로 얼룩진 차떼기 정당만 남아 있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창당 당시 약칭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부터 논란거리였다. ‘자유당’으로 할 경우 당연히 이승만 시절의 자유당이 연상된다. ‘한국당’으로 하기에는 과거에 사용했던 신한국당이 발목을 잡는다. 당명에 국호를 넣은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냥 약칭으로 자한당도 ‘잔당’으로 들릴 수 있다.

이름만 듣기 좋은 정당이거나 아무 정당이나 써도 괜찮은 두루뭉술한 이름. 무슨 노선인지 아리송한 이름들은 엄밀히 말해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잘못된 이름들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 정당의 이름은 이미 시장화되고 상품화되어버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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