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주간', 국민 속에 제대로 자리잡기를
'문화주간', 국민 속에 제대로 자리잡기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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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소위 ‘문화가 있는 날’이었다. 정부가 2014년 1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29일 국민들에게 영화관, 국·공립, 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값에 이용토록 하면서 이 날이 시작됐다.

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기회를 누리도록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다. 그간 성장논리에 매몰돼 앞만보고 달려온 우리도 이제 본격적으로 문화를 즐기고 누리는 시대를 맞았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이 ‘문화가 있는 날’이 시작되자 양질의 공연 콘텐츠를 중심으로 ‘이 날’을 이탈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실상 그 첫 해부터 방향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에 정작 문화가 없어지고 있다고 꼬집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주무 부처인 문체부가 최순실 파문에 휩싸이고 이와 관련한 기조들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완전히 동력을 잃게 됐다.

문체부가 어제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문화가 있는 날’을 폐지했다. ‘문화가 있는 날 사업 추진단’도 해체됐다. 앞으로는 이 사업을 ‘생활문화진흥원’에 맡기고 매달 마지막 주간을 가칭 ‘문화가 있는 주간’으로 운영한다. 문재인 새 정부가 늦게나마 그동안 빚어진 ‘문화가 있는 날’의 문제를 해소하고 그 취지를 인식해 이를 재정비,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진정 중요한 사실은 우리 국민들이 이를 제대로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강국이라는 말만 있지 1년 동안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는 어른이 많다는 점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문화를 창조하는 일선에 있는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형편이 어려운 문화인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제주 문학인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좋은 작품을 발표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도 있어야 하다.

10대 시절 ‘열병’의 소설 ‘폭풍의 언덕’에 전율했던 사람들은 히스클리프의 언덕을 찾아간다. 그래서 소설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생가가 있는 영국 북부 요크셔에 막상 찾아가 보면 황량한 고원뿐이다. 그러나 젊은이들로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까지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찾아와 지역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도 상당하다.

제주에도 이런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이야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은가. 문화계에 대한 지원은 정부나 제주도가 틈만 나면 강조하는 경제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의 힘은 바로 국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문화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삶은 폭이 넓고 여유로우며 즐겁고 행복하다.

앞으로 가칭 ‘문화가 있는 주간’이 국민 속에 제대로 자리잡아 문화향유는 물론 진정한 문화국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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