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강나방 습격 목초지 초토화 '농가 비상'
멸강나방 습격 목초지 초토화 '농가 비상'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7.06.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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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등 전체 495㏊ 피해…"올 겨울 건초 대란 우려"

[제주일보=고권봉 기자] 제주 서귀포시에서 농작물을 모두 먹어치우는 멸강나방의 유충인 멸강충이 확산하고 있어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서귀포시 색달동 99만㎡(약 30만평) 규모의 목초지.

꿈틀꿈틀하는 검은색 벌레가 목초의 줄기나 잎은 물론 땅바닥까지 까맣게 뒤덮었다.

심지어 푸른빛을 내뿜어야 할 목초지는 누렇게 변했고 군데군데에는 누군가 날카로운 것으로 베어낸 것처럼 밑동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는 멸강나방의 유충인 멸강충이 목초를 모두 먹어치웠기 때문.

축산 농가는 “영화에서만 보던 곤충의 습격 모습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졌다”라며 “멸강충이 온 목초지에 퍼져 초록색 풀을 모두 먹어치우고 있어 겨울철에 소나 말에게 먹일 풀을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 있는 다른 목초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른 농가는 “소를 방목해야 하는데 먹일 풀이 없어서 축사에서 건초를 먹이고 있다”라며 “겨울철이 오면 건초 대란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축산 농가는 방제약품을 구입해 트랙터는 물론 3.3㎡당 30원~50원의 비용을 내는 무인항공기까지 동원해 방제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번식력이 강한 멸강충은 올해 처음으로 지난 22일 서귀포시 서부지역인 표선면 가시리의 한 목장에서 발견된 이후 동부지역인 남원읍까지 농작물을 초토화하는 피해를 주고 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멸강나방 발생 피해 현황은 표선면 옥수수 91㏊, 목초지(사료작물) 102.5㏊ 등 225.5㏊, 남원읍 135㏊, 안덕면 36㏊, 동지역 98.3㏊ 등 모두 494.8㏊(17개 농가)에 이른다.

이와 관련 서귀포시 관계자는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이는 멸강나방이 산란한 유충이 부화해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고 있다”라며 “목초지 돌발해충 긴급 방제비로 250만원을 편성해 읍‧면 지역에 예산을 재배정했고, 추가 확산에 따라 예비비 4000만원의 배정을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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