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쉼터
나의 쉼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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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제주동서문학회장

[제주일보]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찾는 곳이 있다. 한마디로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라고 해야 될 듯싶다.

굽이굽이 산을 품은 전설 같은 이야기가 서려 있는 외롭게 서있는 산사 존자암이 그곳이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나의 찌든 마음은 어느새 사라진다. 그래서 나에게 이곳 산사는 휴식이 아니라 안식이다.

이곳에서는 눈만 돌리면 보이는 곳마다 신선의 취향이다. 부처님의 자비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의 삭막하고 지친 삶을 떠나 자연을 만나고 부처님을 만나서 그 속에서 힘을 얻고 영험을 얻는가 보다.

녹록지 않은 삶이 현실을 어렵게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산사는 나에게 늘 위로를 줬다. 속세와 이별하고 수행을 하는 스님들도 결국 삶이고, 내가 산사에서 만나고자 하는 것도 삶이다.

그래서 산사 곳곳에 이어진 산길과 계절의 순리에 따라 잎을 떨군 나무에도 부처의 자비가 서려 있음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부처와 자연은 늘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산사 뒤쪽에 높게 솟아오른 봉우리는 마치 봉황새가 날개를 펼친 것과 같다. 오래 전부터 제주사람들은 불래악(佛來岳)이라 이름을 붙였다. 부처가 와있는 오름이란 뜻이란다.

얼마나 이곳의 지형과 풍광에 매료됐으면 석가세존의 6대 제자라고 하는 발타라존자(跋陀羅尊者)가 발현하시어 이곳에서 기거를 했을까 짐작이 된다.

순간 미풍이 잠깐 일어 기이한 향기가 가득하다. 향연(香烟)이 곧게 오르고 맑은 햇빛이 산사에 비쳤다. 반갑다는 생각도 잠시, 어느새 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만다. 이처럼 산사에서는 바람도, 구름도, 햇님도 시도 때도 없이 잠시 나투어 쉬어 간다.

계곡을 따라 옥소리를 내며 흐르는 이곳의 맑은 물은 겨울에도 얼지 않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이른바 주작(朱雀)의 기이함 때문일 것이라 한다.

물의 맛은 먼 옛날 흰 사슴을 탄 노인과 천백이나 되는 사슴들이 이곳 골짜기를 찾아 자주 물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날 정도다. 지금도 밤이 되면 물을 마시기 위해 무리지은 노루들이 이곳을 찾는다.

마음만 먹으면 이곳에서 노인성(老人星)도 볼 수 있다. 노인성은 늦가을과 이른 겨울 새벽녘에 나왔다 지는 평생 보기 힘든 별이다.

이 별을 보게 되면 모두가 장수할 것이다.

탐라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이곳 산사의 자연은 이렇게 신비롭고 보이지 않은 모습이 더 크지 않나 싶다. 그래서 우리에게 영험을 주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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