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제주서초등학교의 경우
스쿨존, 제주서초등학교의 경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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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학교주변에서 ‘스쿨존’, 혹은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적혀있는 표지판을 자주 봤을 것이다. 등·하교 하는 어린이를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좁게는 반경 300m, 넓게는 반경 500m 이내의 도로 중 일정 구간에 설정한 구역이다.

그런데 이 스쿨존의 교통환경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1995년에 이 제도가 도입돼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본보에 보도된 제주서초등학교 정문 앞 상황은 스쿨존에서의 교통 상황, 운전자들의 인식, 관계당국의 관리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본보 취재기자가 이 삼거리 현장을 확인해보니 이곳은 회전 반경이 좁아 대형차량들이 넓게 돌고 있었는데 30분 동안에 20여 대의 대형 화물차량이 지나갔다. 문제는 이 대형차량들이 좌회전 후 바로 학교 정문으로 이어진 횡단보도를 마주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등·하교 어린이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깜짝깜짝 놀라는 아찔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보도된 사진을 보면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리는 붉은 도로색이 무색할 정도로 위험천만하다.

경찰이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오는 8월부터 제주서초 정문 앞 삼거리 구간에 대형차량의 통행을 제한할 것이라고 한다. 제도 시행에 앞서 화물운수업계와 전세버스업계 등에 협조를 구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시가지 도로 가운데 가장 안전해야 할, 그래서 관련 규제가 가장 강한 곳이 스쿨존이다.

하지만 이번 보도에서 보듯이 현실은 다르다. 현장에 가보면 어린이 등·하교 교통안전대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헛도는지 알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로에 붉은 색으로 깔아놓았지만 실제 기능은 ‘무늬만 스쿨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이 서바이벌 게임을 하듯이 목숨걸고 등·하교를 하니 부모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행 초기에 비해서는 그래도 나아졌다지만 어린이 보행권에 대한 인식에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심지어 스쿨존 지역의 도로를 파헤쳐 공사를 하면서도 어린이들의 안전한 대체 통학로를 확보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스쿨존에 대한 시민 인식 부재, 운전자들의 교통질서 의식의 실종과 관계 당국의 관리·단속 부재 때문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스쿨존을 모르는 운전자도 없고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당국자도 없으니까. 안전불감증만 있을 뿐이다. 이러다가 사고가 나면 할 말은 뻔하다.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등등 변명은 말 그대로 구차할 것이다. 스쿨존의 주인은 자동차도 아니고 운전자도 아니고 우리 어린이들이다. 어린이 안전은 이유를 막론하고 어른들이 책임져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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