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이 노닐던 대포해안…그 소름끼치는 아름다움에 탄성
神들이 노닐던 대포해안…그 소름끼치는 아름다움에 탄성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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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집의 올레이야기 25. 제8코스(월평~대평올레)-월평 아왜낭목~베릿내 입구(6.5㎞)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

[제주일보] # 정보화 화훼마을 월평동

월평동 8코스 출발점의 비석군과 충혼비를 지나면 소철을 줄 맞춰 심은 밭이 나타나고, 여기저기 비닐하우스가 등장한다. 그곳 대부분이 과수원이지만 월평동은 행정자치부 지정 정보화마을이자 화훼마을이다. 한라산 남서쪽에 위치한 월평마을은 기후가 온난하고 바람의 피해가 적어 바나나와 파인애플, 화훼 등 비닐하우스 농업의 적지로 알려져 있고, 특히 백합이 유명해 유치원 어린이들이 백합 꺾기 체험을 하는 곳이다.

한 농가에 현수막 같은 길쭉한 간판이 내걸렸다. ‘♡ 참 좋은 인연입니다! 저희 한라봉 농장은 왁스코팅 및 강제 착색을 하지 않고 직접 판매·체험을 합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부부의 사진을 올리고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농부의 솔직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 침체기의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요즘 농촌이 어렵다고들 한다. 이럴 때일수록 모든 일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모든 것이 큼직큼직한 절, 약천사

얼마 안 가 동회수천이 나타나면 거기서부터는 하원이다. 하원동은 한라산에서 바다까지 길쭉하게 뻗쳐 있어 그 꼭지점은 영실에까지 이른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가 대포동이 시작되는 즈음에 커다란 3층 기와집이 보이는데, 바로 단일 법당으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이 자리한 약천사다. 비교적 늦게 세운 절이지만 ‘원만불사도중생(圓滿佛事渡衆生)’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절로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이 들른다. 약천사(藥泉寺)는 속칭 ‘돽새미’라는 좋은 수질의 약수터인 도약샘(道藥泉)을 근거로 지어진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 소속이다. 조선조 문종 임금과 현덕왕후, 그리고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2006년에는 이 절의 목조비로자나불상과 목각탱화 4기가 서귀포시 향토유형유산 제5호로 지정됐다. 그곳을 나서 걷다보면 근래에 하나둘 집들을 지으며 심어놓은 야자수 길을 지나게 된다.

 

# 요트크루즈가 오가는 대포포구

대포마을은 글자 그대로 ‘큰개(大浦)’라는 천혜의 포구를 갖고 있으며 북태평양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목이어서, 일찍부터 해양으로 진출하는 요지였다. 그리고 이 포구를 지나는 올레길 8코스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이 선정한 ‘해안누리길’로 그 아름다운 해안의 시작점이다. 포구로부터 이어지는 길을 걸어본 사람이면, 왜 이곳을 누리길로 지정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김순이 시인은 그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이곳에 가끔/ 신들이 찾아온다// 지친 몸 기대는 그들만의 까만 의자가/ 저 벼랑 밑에서 바닷물 속까지/ 놓여있는 게 보인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져 가고/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까지/ 쫓아다녀야만 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가 가증스러워질 때/ 신들의 발길은 대포해안을 향한다// 낮과 밤의 갈리는 시간/ 지는 해는 지구의 반대쪽에서/ 솟는 해가 되어 있는 시간// 나는 무엇이야/ 그리고 너는 무엇이야/ 물어뜯으며 달려드는 바다를/ 성난 발길로 걷어차는/ 어리숙한 신들의 대포해안// 찾아가 보라/ 그 소름끼치는 아름다움’

-김순이 ‘대포해안에서’ 모두

 

# 잠녀당에서 대포연대까지

포구에 내건 해안누리길 간판에 ‘대포동 잠녀당(해녀당)’이 소개돼 있어 주민들에게 물어 발품을 팔기로 했다. 언뜻 포구 저쪽 커다란 바위 위에 새가 앉아 있는 모양을 가리키길래 마을에서 벗어나 겨우 입구를 찾아 가시덤불을 헤쳐 가보니, 속칭 ‘자장코지’라는 커다란 바위 위에 절로 난 사스레피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지전물색이 소박하게 걸렸다. 그 아래 좀 거칠지만 자연석을 이용한 제단도 마련돼 있다.

안내판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이 당은 대포마을 바닷가의 ‘자장코지’에 위치한 잠녀당으로, 모시는 신의 이름은 요왕(龍王)이며 해녀를 수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해녀들은 1월과 6월에 정기적으로 제를 지내고, 악몽을 꾸거나 몸이 아플 때에는 생기 맞은 날을 택해 치성을 드린다. 거기서 나와 해안 길을 따라 가면, 제주의 축구 행사 때 보조경기장으로 쓰는 중문단지 축구장이 나오고, 대포연대는 그 뒤에 자리 잡고 있다.

새로 복원돼 무성한 풀로 둘러싸인 대포연대는 대정현에 소속돼 있던 곳으로 동쪽 4.5㎞ 지점의 마희천연대, 서쪽 2.6㎞ 지점의 별로천연대와 교신했던 곳이다. 거기에 올라 사방을 살피니 아름다운 대포 해안선이 다 드러난다.

이어지는 지삿개까지는 모 기업에 소속된 땅으로 쉼터와 올레길을 잘 꾸며놓아 편안히 걸을 수 있었다.

 

# 중문·대포 주상절리대를 지나며

그 길을 벗어나니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지삿개 주상절리대가 나타난다. ‘대포주상절리대’ 하면 관광지로 잘 꾸며놓은 곳만 생각하기 쉬우나, 동쪽 쉼터에서 바라보는 지삿개 주상절리대의 모습은 더 웅장하다. 이곳은 주상절리대를 감상할 수 있는 쉼터까지 만들어 개방시켜 놓았다. 천연기념물 제443호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주변 경치도 일품이거니와 올레길 곳곳도 아름답게 꾸몄다. 여름철이라 바다 위 물살을 가르는 쾌속정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데, 올레길을 빌려준 시에스호텔 리조트 측이 고맙다. 곳곳에 앉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경내를 관광객이 좋아하는 제주 전통 초가집으로 꾸미고, 항아리 같은 민구도 모아놓아 접근하기 좋은 코스가 됐다. 정문을 나서면 바로 황금색의 반원형 건물인 서커스장이 나오고, 옆이 바로 베릿내오름 주차장이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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