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시대를 꿈꾸며
비정규직의 시대를 꿈꾸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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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진 제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제주일보] 비정규직의 기원은 상당히 낭만적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프리랜스(freelance), 일상적으로는 프리랜서(freelancer)라 불리는 자유 전문직이 바로 비정규직의 역사적 연원에 위치하고 있다. 자유롭다는 뜻의 프리(free)와 무기의 한 종류인 창(lance)을 결합한 단어인 프리랜스는 중세시대 가장 높은 보수를 약속하는 영주를 위해 싸움을 대신해 주는 용병기사들을 의미했다.

낭만시대의 비정규직, 즉 프리랜스는 탁월한 전문성(싸움기술)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급료를 약속하는 영주와 계약관계를 맺고 정규직들보다 훨씬 높은 보상과 처우를 보장받았다.

중세시대 비정규직의 낭만은 산업화 시대에도 이어져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프리랜스 전문가들이 모여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고, 에이티 커니와 맥킨지 등 세계 최고의 컨설팅 기업이 탄생한다. 이때까지 비정규직들은 전문성을 토대로 일정기간 자유계약을 통해 노동을 제공하고 높은 보수를 받는 사람들을 지칭했다.

하지만 현재 비정규직의 개념은 난이도가 낮은 업무들에 대한 비용절감의 목적으로 아웃소싱을 주는 허드렛일 정도로 바뀌었다.

2016년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체감 퇴직연령은 48.8세. 추이를 고려할 때 조만간 45세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가장 든든해 보이는 안전띠도 이제 위급한 순간 작동하지 않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있으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빠진다면 정규직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과 처우수준만 남는다. 따라서 단기적 관점에서 불평등 해소와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정규직이 중심이 될 노동시장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지혜를 모아 훌륭한 정책의 개발과 실행을 통해 낭만이 넘치는 비정규직의 시대를 다시 열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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