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 숲에도 안식년이 필요하다
비자림 숲에도 안식년이 필요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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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숲은 자연이 인간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선물이라고 한다. 과거에 숲은 개발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숲은 생태 관광지이자 자연의 치유력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휴식 공간이다. 하지만 숲의 활용을 모색하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숲을 찾게 되고 결국 숲은 본래의 모습을 조금씩 잃어갈 수밖에 없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천연기념물 374호 비자림 이야기다. 이 비자림은 500~800년 수령의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하는 세계 최대의 비자나무 군락지 가운데 하나다. 연중 푸른 숲을 유지해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도민들도 자주 찾아가 산림욕을 즐기는 휴식 공간이 돼왔다.

문제는 한 해 80만명이 넘는 방문객들로 인해 이 숲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방문객들이 몰리다보니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몰리고 관광지화 되면서 주변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숲에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하면 풀과 나무 사이로 길이 생기고 흙이 노출된 길은 빗물에 쓸려 파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비자림 내에 무분별하게 들어가는 방문객들 때문에 숲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 관리당국이 곳곳에 ‘출입금지’ 푯말을 붙이고 있으나 몰지각한 방문객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숲의 변화가 사람들이 밟고 다닌 길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이 비자림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를 해야하는지 그 방향이 나온다.

노산 이은상(李殷相) 선생은 ‘나무의 마음’이라는 글에서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쉬고 뜻도 있고 정도 있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지만 때리고 꺾으면 눈물 흘리죠/ (중략)/ 나무는 사람 마음 알아 주는데 사람은 나무 마음 왜 몰라주오/ 나무와 사람들 서로 도우면 금수강산 좋은 나라 빛날 것이요”라고 했다.

숲은 한마디로 건강증진센터다. 숲을 통해 긍정적 안정과 치유를 하게 되며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는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 완화와 우울, 불안 등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비자림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제 건강만 생각할 게 아니라 비자림 숲의 건강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의 몸이 과로로 피곤을 느끼면 혈중 산도가 높아져 여러 부작용을 낳듯이 숲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휴식을 취해 몸을 관리하고 식생활 패턴을 바꿔 몸의 산성화를 막듯이 숲도 그래야 한다. 비자림 숲에도 안식년을 줘야 한다. 훼손이 심하고 산성화된 토양에는 처방책으로 직접적인 토양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순간의 이익보다 미래를 볼 줄 아는 비자림 보호대책이 시급하다. 비자림 숲은 우리 모두가 두고두고 누려야 할 소중한 공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다. 숲과 우리가 하나로 상생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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