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계자연유산 10년, 이젠 ‘내실’이다
제주 세계자연유산 10년, 이젠 ‘내실’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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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2007년 7월 2일. 유네스코는 제주의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하고,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돼야 할 보편적 가치가 뛰어난 지역을 세계 유산으로 등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인 제주는 화산이 폭발해 생긴 섬으로, 경관도 아름답지만 지질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 뛰어난 자연미와 독특한 지형과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제주의 청정 환경자산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알리는 절대계기가 됐다. 이에 앞서 유네스코는 2002년 12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영천, 효돈천, 문섬, 범섬, 섶섬 일대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또 2010년 10월에는 제주를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지역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가 국내 유일하다. 세계지질공원은 최근 등재된 경북 청송군을 포함해 2곳이고, 생물권보전지역 역시 제주도·설악산(1982년)·신안 다도해(2009년)·광릉숲(2010년)·고창(2013년) 등 5곳에 불과하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제주를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유산지구에 포함된 사유지 매입 등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당시 유네스코가 권고한 내용 가운데 제주도는 지구 내 사유지 매입을 비롯한 4대 권고안은 대부분 이행했다. 그러나 제주는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많은 과제를 맞고 있다. IUCN 한국위원장으로서 제주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당시 많은 역할을 했던 이인규 서울대 명예교수와 IUCN 아시아위원회의 초대의장을 역임한 서영배 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가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유산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청정자연환경으로 상징되는 세계 자연유산 제주는 그 자체가 곧 제주의 정체성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어떤 시장·개발 논리도 제주의 정체성을 넘어설 수 없다는 이념적·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제주도는 이번 기회에 세계자연유산이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들을 찾아내 이를 현장에 접목시켜야 한다. 제주가 유네스코 3관왕이 된 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은 대기업과 몇몇 관련업체가 독식 하고 있다. 세계 자연유산으로 상징되는 유네스코 3관왕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땀 흘려 온 도민들은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방정부도 잘 알고 있다. 세계 자연유산 등재 10년이 지난 지금의 제주는 거창한 계획이나 구호보다 실질적으로 도민들의 삶을 파고드는 소소한 대책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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