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糖) 이야기-프롤로그
당(糖) 이야기-프롤로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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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의학박사·가정의학과 전문의

[제주일보] 영화 ‘데스노트’에 등장하는 천재 ‘L’은 초콜릿과 사탕을 입에 달고 사는 캐릭터다. 다른 등장 인물 ‘마키’가 ‘L’에게 왜 그렇게 단 것을 많이 먹는지 물었을 때, ‘L’은 ‘당분은 뇌에 꼭 필요한 에너지다’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고민이 많거나 또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에 사람들은 “단것이 땡긴다”고들 얘기한다.

왜 일까? 우선 단것이 무엇인지부터 정체를 알아보자.

단맛을 내는 것은 당(糖)이다. 화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당은 짧은 사슬 형태의 탄수화물을 일컫는 일반적인 용어다. 포도당·과당·젖당 등은 단당류라고 하며 탄소화물의 가장 짧은 단위다. 이들 두개가 연결된 것은 이당류라고 한다. 일례로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연결된 이당류다. 좀 더 길이가 긴 것은 올리고당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사슬이 길어지면 단맛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포도당이 아주 길게 연결된 형태인 녹말의 맛은 밍밍하다.

이번엔 정서적인 면에서 접근해 보자. 단맛은 호감이다. 아마도 몸에 이롭기 때문에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을 것이다. 사실 인류사에서 영양 공급이 풍부하다 못해 과잉의 시대로 접어든 것은 불과 얼마 안된 일이다. 완전한 초식동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 있지도 않았으므로 인류가 안정적으로 식량을 조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인류에게 당이 풍부한 열매는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원이었다.

식물이 이산화탄소와 물을 재료로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이 광합성이다. 이것을 한 줄로 연결해 저장해 놓은 것이 녹말이다. 이것을 우리가 먹어서 에너지로 쓰려면 우선 녹말을 소화시켜 다시 포도당으로 잘라내야 한다. 왜냐하면 녹말 분자는 장관벽을 통과하기에는 너무 커서 체내로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수고를 덜어주고 재빨리 혈액으로 흡수되는 단당류를 선호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인류의 당에 대한 사랑에는 뇌의 진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하루 동안 우리 몸을 지나가는 포도당의 양은 약 250g 이다. 이중 반은 뇌가 소비한다. 근육은 75~80%, 심장은 60~65%의 에너지를 다른 영양소에서 얻지만, 뇌는 거의 포도당만을 에너지 원료로 쓰기 때문이다. 뇌를 쓰려면 당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제, 인류 특히 뇌가 당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하지만 요즘 당에 대한 대접은 완전히 정반대다. 거의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 이유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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