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천년 숲' 비자림, 사람 발길에 '시름시름'
[현장] '천년 숲' 비자림, 사람 발길에 '시름시름'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7.06.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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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금지' 푯말과 'CCTV 시설' 난립…"'안식년 도입' 지적도
25일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 곳곳에 '공사중'이란 표지가 붙은 CCTV 시설과 '출입금지'푯말이 설치돼 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데다 일부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에 천연기념물인 비자림이 훼손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최근 탐방객이 급증하면서 천연기념물 제374호인 비자림이 몸살을 앓고 있다.

25일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 휴일을 맞아 많은 관광객과 도민들이 이 곳을 찾아 삼림욕을 즐기고 있었다.

국내 최대의 비자나무 군락지인 비자림은 44만8100여㎡의 면적에 500년~800년 수령의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라,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로 꼽힌다.

비자나무 숲은 연중 푸름을 유지하고 피톤치드 등이 나와 삼림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비자림에는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탐방객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많은 관광객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설치된 ‘출입금지’ 푯말과 ‘공사중’ 이라는 표지가 붙여진 폐쇄회로(CC)TV 시설이었다. 

이는 탐방객이 늘면서 담뱃불 등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과 일부 몰지각한 탐방객들의 비자나무 절도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비자나무 숲 곳곳에 인공 시설물들이 들어서면서 이곳을 찾은 도민과 관광객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제주를 찾은 관광객 이모씨(53·여)는 “참 아름다운 숲에 굳이 커다란 기둥들을 달아 CCTV를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목재 등 주변과 잘 어울리는 소재를 활용할 수도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도민 고모씨(47·제주시 화북동)는 “몇 년 만에 비자림을 찾았는데 이전과 달리 출입금지 푯말도 많이 달리고 CCTV 설치한다고 공사하는 것 보니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며 “오죽 사람들이 괴롭혔으면 이럴까하는 생각에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고 말했다.

탐방객이 폭증하면서 비자림은 화재와 비자나무 훼손, 주차난,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집계 결과 최근 3년간 비자림 방문객 수는 2014년 55만 2000여 명, 2015년 71만9000여 명, 지난해 80만 8000여 명으로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숲 훼손이 가속화되면서 비자림 곳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설치됐고, 지난 4월부터는 2억58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방범용 CCTV 9대가 추가 설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탐방예약제, 안식년 등의 도입을 통해 천연보호림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탐방객 서비스 제공을 우선으로 하는 관리 행태의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방문객 총량제와 입장료 인상안 등 늘어나는 방문객을 조절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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