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시대, 정책 패러다임 변화해야
1인 가구시대, 정책 패러다임 변화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2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결혼기피·고령화·이혼 증가 등의 영향으로 1인 가구가 빠르게 보편화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제주도내 20만1000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5만7000가구로 전체의 27.8%를 차지했다. 1인 가구 비중은 1995년까지는 10% 미만에 불과했는데 불과 20여 년 사이 두드러지게 대세를 차지했다. 1인 가구가 제주도민의 주된 가구 유형으로 올라선 것이다. 노르웨이(37.9%)나 일본(32.7%) 등 1인 가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에 비해서는 아직 낮지만 추세를 보면 제주사회도 30%대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세 집 중 한 집 꼴로 본격적인 1인 가구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1인 가구는 이제 특정 연령이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폭넓게 퍼져나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생활상으로 정착됐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이라는 유행어가 등장했고 편의점에는 1인분 음식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 시대의 이면에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령층 1인 가구의 경우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고독사(孤獨死)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제주도내에서 발생한 노인들의 고독사 사건은 2013년 25건, 2014년 36건, 2015년 47건 등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OECD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이 나라 노인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홀로 사는 노인 등 취약계층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1인 가구 양대 축을 이루는 청년층과 노년층의 주거와 생활, 일자리 문제 같은 복지정책이다. 이들은 소득 및 자산 수준이 낮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1인 가구 지원이 결혼기피 현상을 더 부채질하거나 출산율 저하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단견(短見)일 뿐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혼외자에 대한 불평등 등을 불식시키는 노력 등 사회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 사회복지나 주택 입주 등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최근 공공임대주택 입주조건을 보면 1인 가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후순위로 밀려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정책이 따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나홀로 가구’는 이제 우리사회의 대세다. 정부와 제주도는 이같은 급속한 가구 유형 변화를 직시하고 주택을 포함한 사회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