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사례에 대해 쓴 우리나라 대표 예서"
"조상들의 사례에 대해 쓴 우리나라 대표 예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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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웅의 책이야기 - 사례편람(四禮便覽)
왼쪽부터 국역 사례편람, 사례편람, 상례비요 표지

[제주일보] 학창시절 역사를 전공한 관계로 학과 교수님들이 개설하는 ‘삼국사기(三國史記)’나 ‘고려사(高麗史)’, ‘통감절요(通鑑節要)’ 등 주로 역사서를 읽는 강독반에 참여를 했다. 그러던 중 내가 소속돼 있던 한 학회의 선생님들 사이에서 조선 후기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자료로 ‘사례편람(四禮便覽)’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곧 강독반이 개설됐다.

당시 강독반의 좌장(座長)이던 선생님이 좀 엄했던 분이라 늘 가슴을 졸이며 독회에 참석하곤 했다. 그 때는 영인 출판된 책도 구하기 힘들어서 영인본의 일부를 복사해서 읽었는데, 얼마전 서울 출장 갔다가 그 ‘사례편람’ 원본을 발견하고 새삼 20여 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 바로 매입했다.

‘사례편람’은 조선 후기의 문신 이재(李縡 1680 ~1746)가 편찬한 사례(四禮 즉 冠·婚·喪·祭)에 관한 예서(禮書 예법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필사본으로 전해지다가 그의 자손들에 의해 내용이 보태지고 도판이 추가돼, 1844년 이재의 증손인 이광정(李光正)이 수원유수(水原留守)로 있을 때 비로소 8권 4책 목판본으로 간행됐다.

그 후 1900년(光武庚子)에 황필수(黃泌秀) 등이 이 책을 증보(增補)해서 ‘증보사례편람(增補四禮便覽)’라는 이름으로 간행했다. 이 책은 원본 내용은 앞에 그대로 수록한 뒤 증보한 내용은 뒤에 ‘신증(新增)’이라는 항목으로 기록하고, 책의 말미에 보유(補遺)편을 추가해 놓았다.

범례(凡例)와 조인영(趙寅永)의 발문을 보면 이재가 이 책을 편찬하게 된 동기와 방법론을 파악할 수 있다. 먼저 편찬 동기로는 당시 사대부들이 신봉하고 있던 주자(朱子)의 ‘가례(家禮)’는 조목(條目)이 소략한 곳이 있고, 조선 중기 예학(禮學)의 거두인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이 수정하고 그의 아들 김집(金集)이 증보한 신의경(申義慶)의 ‘상례비요(喪禮備要)’도 다 갖추지 못하고 상례와 제례만 다루어서 길·흉사(吉凶事)에 두루 통용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상례와 제례는 주자의 ‘가례’를 벼리(綱)로 삼고 ‘상례비요’를 용례로 삼아 증보하고, 관례와 혼례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예절(古禮)과 선대 유학자(先儒)들의 학설에 의거해서 ‘번거로움과 간결함을 취하고(酌其繁簡) 같고 다름을 바로 잡아서(訂其異同)’ 만든 예서가 바로 ‘사례편람’이라는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권1은 현대의 성인식에 해당하는 관례(冠禮), 권2는 결혼식인 혼례(婚禮), 권3~7은 장례식인 상례(喪禮), 권8은 조상을 기리는 제례(祭禮)로 구성돼 있다. 총 8권 분량 가운데 5권이 상례에 할당된 것을 보아, 조선 후기 우리네 일상생활 속에 상례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예학(禮學)뿐만 아니라 현대의 가정의례에도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우리나라 예서라고 할 수 있다. 현재도 ‘국역 사례편람(우봉이씨 대종회, 1992)’, ‘국역·증보 사례편람(한국전통예절연구회, 2013)’, ‘증보사례편람 역주본(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4)’ 등을 시중에서 쉽게 구해 볼 수 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옛 조상님들의 사례(四禮)나 지금의 가정의례에 관심있는 분들은 일독하시길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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