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서 부는 변화의 실바람
교육현장에서 부는 변화의 실바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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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하. 수필가

[제주일보]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과거에는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오늘날은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잠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보면 다른 세상에 서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교육 현장에 있는 나로서는 급변하는 사회의 격랑에 적응하기가 어렵게 되어 버렸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대계’라는 말은 이미 고전적인 구호에 지나지 않는가 보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교실 수업의 형태는 전근대적이라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 움찔거리기도 한다. 허나 그것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쉴 틈이 없다.

과거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시적인 교육행정으로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었지만 오늘날의 변화는 학교 내부에서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적용하는 흐름이다.

연수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교육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교사와 학생간의 소통하는 수업, 배움 중심 수업이다. 타 교과와 연계가 될 수 있는 주제를 교과협의회를 거쳐 선택하고 교과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이 전부라고 여겼던 과거의 관점에서 놓쳐버린 하나를 찾아내는 순간이었다. ‘가르친다는 것’과 ‘배운다는 것’에서는 각각의 주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가르친다는 것은 교사의 주된 업무이지만 수업의 결과는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자신의 배움의 양식으로 자리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외식할 때 부모가 음식을 정하는 것보다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자녀에게 물어보고 메뉴를 고르는 작업이 합리적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은 먹는 자의 필요에 따라 수업은 받는 학생들의 수준의 정도에 맞춰야 진정한 교육이라 본다. 교사 중심의 교육은 일방적인 전달 과정이며 평가 중심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말을 냇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교실에서의 수업의 질은 얼마나 학생들의 요구에 적합하게 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교과서 중심 수업에서 교육과정 중심 수업으로 전환하는 교사의 노력은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 수업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수업 설계 시 수업 중심 요소를 설정하면 상황이 되고 나머지 요소는 수업의 요소가 된다. 교과서 중심 수업에서 학생과 교사가 고안한 교육과정 중심으로 나가는 것이 첫 단계이다.

초등교육에서는 어떤 개념이나 지식보다 소통하는 이해력을 증진시키는 수업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주변에서 만나는 모든 사물들에 대해 ‘왜?’라는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 때다. 이런 아이들에게 지식이나 개념은 딱딱한 떡 고물과도 같아서 먹기가 쉽지 않다. 연수 과정에서 미술과 수업과정을 재구성하여 가정에 대한 고마움을 주제로 어머니 칭찬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감사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는 수업이 살갑게 다가왔다. 어머니와 자녀와의 관계는 아주 가까우면서도 아주 멀기도 하다. 부모의 거듭되는 말은 잔소리가 되고 자녀들의 솔직한 대답은 변명이 되어버리는 시기다.

아이들은 자신의 성장된 모습을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부모들은 알깍쟁이로 자라는 자식을 인정하지 못한다. 수업을 통해서 칭찬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소통하는 작업을 완성하고 있었다. 교육이 배우는 자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지혜와 정보를 심어주는 과정이라고 볼 때 학교는 생생한 삶의 교육 현장이라 할 것이다.

배움 중심 교육과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이들이 평생 살아갈 시간 동안 행복이라는 목적지까지는 갈 길이 멀다.

수업 현장에서 교과재구성을 통한 교육은 교사들의 의지와 꾸준한 인내가 필요한 시대적 소명이 아닌가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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