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등록문화재 보존관리가 'F'라니
제주등록문화재 보존관리가 'F'라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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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문화재청이 제주지역 등록문화재인 가마오름·서우봉 일제동굴 진지를 ‘특별 종합점검’한 결과 그 상태에 대해 F등급을 매겼다. A(양호)~F(즉시 조치) 등급까지 6등급으로 나눈 평가에서 하위 등급인 E등급(보수정비 필요)보다도 더한 최악의 F등급이 나왔다는 건 간과할 일이 아니다. 점검 대상 등록문화재가 E등급을 받으면 구조적 결함 등에 따른 보수정비나 정밀 안전 진단이 필요한 문화재라는 뜻이다. 그런데 F등급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는 의미로 훼손상태 등이 매우 심각해 즉시 보수정비에 들어가야 할 문화재로 분류된다.

사실 가마오름·서우봉 일제 동굴진지는 동굴진지 지붕의 화산석이 떨어지는 등 ‘자연붕락(崩落)’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대로 내버릴 경우 자칫 전면적인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 있는 가마오름(등록문화재 제308호)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있는 서우봉(제309호)은 1940년경 일제가 인공적으로 구축한 동굴형태의 군사진지다. 일본군이 조선반도와 만주에 있던 일본군 8만명을 제주에 집결하고 태평양 전쟁 최후의 결사전을 준비했던 시설이다. 일본은 오키나와가 미군에 점령되자 제주도로 미군이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제주도 전역을 요새화했다.

2006년 문화재청은 이 시설들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로 인정하고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등록문화재는 국가지정 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가운데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해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문화재로 등록한 문화재를 말한다. 그런만치 점검결과에 따라 시급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1년 등록문화재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국의 등록문화재는 500건이 넘어섰다. 그러나 등록문화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돼 왔다. 국보, 보물, 사적 등 지정문화재와 달리 정부 규제가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은 최대한 원형으로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사회가 근대문화유산의 문화적·역사적·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체계적인 보존·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멸실 훼손된 문화재를 원형 복구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선제대응 차원의 보호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등록문화재는 비지정문화재다. 비록 비지정문화재라 할지라도 보존 및 활용을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문화재이기에 등록된 것이다. 당연히 보존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남긴 흔적이라고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유산 속에 우리의 역사가 있다. 우리 도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아픈 일제의 역사일지라도 경각심을 키우고 문화재의 가치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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