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 갈등과 언론의 言品(언품)
정권교체기 갈등과 언론의 言品(언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1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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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사실과 진실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사실과 허위가 뒤범벅되고 진실과 거짓이 헷갈려서 구분할 수 없는 우리 사회를 향한 물음이다. 지금 우리는 칡(葛, 갈)과 등나무(藤, 등) 숲 속에서 헤매고 있다. 빈부갈등·세대갈등·지역갈등·남녀갈등·여야갈등·보혁갈등·이념갈등·남북갈등·국가갈등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명백히 하나뿐인 사실과 진실에 대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지 못하고 갈등의 양갈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왜 그럴까. 시비(是非)를 논하는 주체가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거짓을 뜻하는 한자인 ‘거짓 가(假)’와 ‘거짓 위(僞)’에는 두 글자 공통으로 ‘사람 인(人)’자가 들어있다.

이것이 사람의 한계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런 사회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정권교체기처럼 심각한 적이 없었다. 갈등의 폐해는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돼 파트타임 일용직 근로현장까지 사회 전반에 파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온 국민이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이 국가적 피해는 시와 비를 가리지 못하는 약시(弱視) 언론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지식인들의 인식이다. 언론의 사명은 불편부당(不偏不黨), 정론직필(正論直筆)이다. 공평하여 어느 쪽에 치우침이 없음이 불편이고 공정하여 무리를 짓지 않음이 부당이다. 바르지 못한 사론(邪論)을 바른 정론(正論)인 것처럼 하거나 개인적인 사론(私論)을 공적인 공론(公論)인 양 보도하면 어떻게 되는가. 나라와 지역사회는 허공에 띄운 풍선처럼 찢어지고 국민은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리게 된다.

지금 우리 언론은 과연 어떤가. 언론으로써 언품(言品)은 지키고 있는가. 혹시 스스로 나쁜 정치, 나쁜 사회 악(惡)의 공동 정범이 돼있는 건 아닌가. 깊이 성찰하고 고민해봐야 한다. 시(是)와 비(非)가 가려지지 않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사실과 진실이 흐려지면 사회 구성원 상호 간의 믿음이 사라진다. 믿음이 사라진 세상은 그 신뢰의 자리에 칡과 등나무만 무성해질 뿐이다. 믿을 수 없는 사람, 믿을 수 없는 사회, 믿을 수 없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언론은 언제나 사실과 진실만을 말해야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 명분이 그럴싸 해도 그 내용이 진실하지 않으면 그건 헛소리일 뿐이다.

언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신뢰를 키워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주일보가 어제 2017년 논설위원으로 서른 한분을 위촉하면서 다짐한 약속이자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다. 제주일보가 그동안 온갖 역경을 딛고 진실의 편에 서서 역사를 쓰는 심정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는 이유다. 제주일보는 새 정부, 정권교체기를 맞아 갈등의 숲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정원사의 역할을 다할 것을 도민 독자 앞에 천명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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