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주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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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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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일 한의사

[제주일보] 신경계를 가진 모든 동물은 잠을 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단순히 모든 활동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사실은 그 반대다. 잠자는 동안에도 뇌는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깨어 있을 때보다 더 활동적인 경우도 있다. 잠에 빠진 뇌는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깨어 있을 때에는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창조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잠이 새로 학습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결하고 기억을 확장하거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빨리 떠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즉 우리는 잠들어 있을 때 깨어 있을 때만큼이나 실제적인 세계에 살게 된다는 것이다.

잠을 자지 않으면 인간의 뇌는 학습, 기억,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잃어버린다. 수면 중 내부장기와 혈관계, 면역계 등은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낸다. 고장난 세포는 제거되고 감염과 노화에 대항하는 전투가 벌어진다. 두려움, 기쁨, 행복감, 고통을 유발했던 낮 동안의 사건들은 대뇌피질에 확고하고 단단하게 새겨진다. 반면 불필요한 정보들은 자는 동안 지워지게 된다.

그리하여 숙면은 예사로운 휴식의 차원을 넘어선다. 낮 동안 활약하던 세포들이 잠시 쉬는 사이 다른 신체기관들이 대신하여 이 많은 과제를 바쁘게 수행하다 보니 잠자는 동안 우리 몸은 깨어있을 때만큼이나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우리 몸은 2시간을 깨어 있기 위해 1시간의 수면을 필요로 한다. 즉 보통 하루 8시간의 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필요한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했을 경우 뇌는 이를 빚으로 받아들여 언젠가는 갚아야 된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수면빚은 각성작용이 높은 시간에는 수행능력이나 활동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지만 각성작용이 떨어져 수면부담이 커지는 시간에는 치명적인 졸음을 호소하게 만든다.

인체 안에는 생체시계가 있어 외부세계와의 단절상황에서도 밤과 낮으로 구분된 하루 주기를 인식한다. 여기에 밝음과 어두움, 활동과 수면으로 이루어진 생체리듬은 수십억년 전부터 자연이 설계한 생명체의 핵심요소였다. 그런데 전등의 발명 이후 인류의 삶은 급변했다. 현대인은 낮에 햇빛을 보는 일이 드물어진 만큼 밤에 깜깜한 어둠에 처하는 일도 적어졌다. 낮에 야외활동이 줄고 빛 공해로 인해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은 우리 몸에 치명적 영향을 초래한다. 그 어느 시대보다 풍요롭고 깨끗하며 발달된 기술의 해택을 받고 있는 우리가 모호한 병증으로 고통 받는 것은 상당 부분 밤낮의 리듬이 흐트러진 것에 기인한다.

수면 욕구와 기호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요령을 만들어 모든 사람에게 적용시키는 것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사실들이 있다.

이는 ▲오전에 야외활동을 많이 하라 ▲수면시 조명과 컴퓨터를 꺼라 ▲수면에 투자하라 ▲수면 시간은 운동이나 식사만큼 중요하다 ▲휴식은 게으름의 다른 말이 아니라 현명함의 동의어다 ▲저녁을 일찍 먹거나 조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등이다.

밥이 보약이고 잠 또한 보약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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