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절대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단다”
“바다는 절대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단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7.06.1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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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숨’의 고희영 감독, 동화 ‘엄마는 해녀입니다’ 출판…세계적 여성화가 에바 알머슨과 협력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광활한 제주바다에서 살아온 해녀(잠녀)를 그린 다큐 ‘물숨’의 고희영 감독이 동화 ‘엄마는 해녀입니다’(Mom is haenyeo)를 펴냈다.

고 감독이 암투병 속에서 10년 가까이 공을 들여 해녀들이 숨이 넘어갈 듯 생과 사의 경계에서 내뿜는 숨비소리를 다큐멘터리 ‘물숨’에 담았다면 이번엔 출판된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제주섬과 멀리 떨어진 서쪽 스페인의 세계적 여성화가 에바 알머슨과 함께 여성의 눈으로 삼대 해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제주해녀의 삶을 다큐에 이어 동화를 통해 더욱 대중적으로 알려내려는 고 감독의 의지와 에바 알머슨 작가 특유의 따뜻한 화풍이 한 호흡으로 묶여 재탄생했다는 평가다.

고 감독은 “해녀들의 언어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이 동화에는 제주어를 쓰지 않았다”며 “해녀가 내 고향 제주의 해녀가 아니라 더 너른 바다의 해녀로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고 출판과정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쉽게 쓰여진 듯 보이는 글에는 물질하던 엄마가 도시로 나가 미용사로 일하다 운명처럼 다시 바다로 돌아온 이야기며, 엄마보다 늘 묵직한 테왁그물이 신기하기만 한 바다에서 평생을 지낸 할머니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거기에 해녀들이 한번쯤 겪게 되는 물숨의 욕망은 “바다는 절대로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단다”라는 이야기로 해녀가 평생 지켜야만 하는 숙명의 무거움도 담겨있다.

고 감독의 쉽고 강렬한 메시지는 에바의 그림으로 더욱 빛이 난다. 바닷속 물질하는 제주여성들의 표정, 고향같은 제주해안가를 담은 그림들은 제주를 정말 잘 알 것만 가는 ‘파란눈의 제주여성’을 연상케 한다.

에바는 해녀에 대해 “그들의 결단력과 독립성, 서로 협업하며 가장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상부상조하는 능력, 여기에 스스로의 제약을 인정하고 자연에 대한 깊은 존중을 바탕으로 가족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지역사회까지 부양한다는 자긍심, 그러면서도 지극히 단순한 삶은 너무나도 놀랍고 귀감이 된다”며 “가능한한 정직하게, 제가 그토록 존경하는 이 여인들이 최대한 빛날 수 있도록 애썼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번 작품은 에바 알머슨이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호텔에서 우연히 잡지에 실린 해녀사진을 보게 되면서 이뤄졌다. 사진속 제주해녀 매력에 빠진 이 여성들을 직접 보고 싶었던 그녀와 고 감독이 다큐 ‘물숨’을 마무리할 때 즈음 두 여성은 만나게 됐고 제주해녀에 대한 두 여성의 마음이 통(通)하게 됐다. 에바 역시 고 감독의 ‘물숨’ 작품에 들였던 열정만큼이나 동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위해 작업실에서 수개월이나 파묻히면서 책이 완성, 두 여성의 섬세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엄마는 해녀입니다’(고희영 지음, 에바 알버슨 그림, 안현모 옮김, 난다, 48쪽, 1만3500원)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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