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제주
'속 빈 강정' 제주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6.01.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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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제주를 향한 ‘러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1월 국내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11월말까지 제주지역의 순이동 인구(총전입에서 총전출을 뺀 인구)는 1만 3026명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동인구 1만 1112명을 30.8%나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같은 기간에 경기도 8만 1926명, 중앙행정기관의 3단계 이전이 마무리된 세종특별시가 4만 8401명이 증가했으며 제주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에서 11만 9863명, 대전에서 1만 7775명, 대구에서 1만 952명이 이탈했다.

이렇게 인구 유입이 집중됐지만 각종 경제적 지표는 제주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해 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는 전국에서 고용률(71.1%)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실업률은 2.1%로 전북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특히 제주에는 일자리(1만4000개)가 구직자(1만2000명)보다 많다. 인력 부족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6%다. 구직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전국에서 취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인 셈이다.

하지만 제주의 속사정은 외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고 일자리도 많은 것 같지만 근로자들의 처우는 열악한 상황이다.

국세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도내 근로소득 연말정산자의 평균급여액은 2659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국평균 근로자의 평균 급여액인 3170만원과 비교해 511만원 낮은 액수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임금근로자(1908만1000명)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68.7%로 2014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월평균 임금별로는 100만원 미만 근로자는 국민연금 가입률이 12.7%로 1년 전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100만∼200만원인 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59.7%였고 200만∼300만원은 81.5%, 300만∼400만원은 91.9%였다. 이 같은 결과는 사회보험 가입에서 저임금 근로자와 고임금 근로자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도내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2014년 기준 도내 전체 임금근로자 중 42.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제주지역은 여기에 국민연금가입자가 일정한 나이가 될 때 받는 노령연금 수급액도 30만8000원으로 충남 29만4000원, 전남 28만원, 전남 27만원 등과 함께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 지역의 노령연금 수령액은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의 경제 수준이 반영되기 때문에 저임금 근로자와 비정규직이 많은 제주지역은 사회보험 가입률뿐만 아니라 노령연금 수급액까지 적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주지역 사업체는 전반적으로 서비스 업종이 많은데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 분야의 종사자가 늘게 됐지만 반면 임금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제주지역의 산업 구조가 변화하기 전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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