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위상강화’ 낙관 금물
제주특별자치도 ‘위상강화’ 낙관 금물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6.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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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추진을 위해 개헌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 또한 강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사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6년 출범 때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외교·국방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런데 특별자치도 출범 10년이 지난 지금 제주는 솔직히 표현하면 ‘반쪽짜리 특별자치도’로 남아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원희룡 지사를 비롯 17개 시·도지사 초청 간담회에서 “지난 대선 때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강력한 지방분권국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 했다.

지방분권이 실현되면 그동안 국가가 쥐고 있던 국세와 지방세 조정권한, 자치단체 운영과 관련 행정조직개편 등은 물론 국무회의 권한인 법안제출권까지 갖게 되는 등 제도에 있어서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0년을 지내면서 경험한 것처럼 정부관료 조직이라는 데가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제주도는 올해 정기국회 때 제주특별법 개정을 목표로 6단계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제주에 반드시 필요한 상당수 핵심 과제들이 정부와 사전 협의과정에서 탈락했다.

지난 5차례 제도개선을 통해 4000개가 넘는 중앙의 권한이 제주로 이양 됐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여전히 ‘무니만 특별한 자치도’로 남아있다. 물론 이에는 타지방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면서 핵심권한을 내 주지 않은 중앙관료조직의 경직성을 꼽지 않을 수 있다. 제주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다 제주 내부의 문제 또한 외면해선 안 된다. 이른바 자치역량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시행과정에서 현실화 된 제왕적 도지사 제도의 폐단, 나아가 각종 인·허가권한의 오·남용으로 인한 제주의 정체성 훼손, 폐쇄적 사회분위기는 곧 제주 자치역량의 가늠자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의 틀이 지방분권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그리는 이 큰 그림은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권한을 균등하게 이양 받고 행사하는 보편적 개념의 지방중시 정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면에서 제주는 지금 타 시·도 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중앙권력을 이양 받은 지역이다. 따라서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 위상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변화된 차원의 접근이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선도 지역으로, 그에 걸맞은 위상과 권한의 확보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낼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내부 자치역량도 함께 성숙해 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공정과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제주에만 특별할 것’이라고 낙관해선 안 된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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