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그리고 부영에 대한 변명
토종닭, 그리고 부영에 대한 변명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6.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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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기자]

#제주시 농가 고발

제주시가 최근 전북 군산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오골계를 반입한 뒤 이를 일반에 판매한 양계장 2곳에 대해 가축전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 농가는 지난달 26일 전북 군산에서 AI 감염 의심 오골계를 구입해 제주시 오일장과 서귀포시 오일장에서 160마리를 판매하면서 오골계가 폐사한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제주의 농가에 오골계를 판 군산 종계 농장은 ‘다른 질병일 수 있다’며 신고하지 않았다. 이번 AI파문의 1차적 책임은 이처럼 농가의 경각심 부족이라는 데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지난달 14일 0시를 기해 타 지방 닭과 오리 메추리 등 가금류와 가금육 가공품 등에 대한 반입금지조치를 해제했다. 정부의 특별방역대책기간 해제에 따른 후속책이다.

#전주시 대기업 고발

전북 전주시가 부영그룹(이하 부영)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주시는 부영이 전주시 하가지구에 지은 임대아파트 임대료를 부당하게 인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해마다 일방적으로 임대료 인상 횡포를 일삼고 있는 부영에 대해 ‘임대주택법(개정 후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이날 오후 고발장을 전자문서로 경찰에 접수했다. 전주시는 부영이 하가부영 임대아파트 임대료를 주거비 물가지수와 인근지역의 전세가격 변동률 등을 고려하지 않고 법률이 정한 임대료 증액 상한선인 5%에서 꾸준히 인상했고, 이는 엄연한 임대주택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전주시는 부영이 지난 1월과 4월 2차례 임대조건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조정이 필요하다며 인상률을 2.6%이하로 권고하고, 신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영은 이에 대해 하자지구 임대로 5% 인상은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서귀포시 ‘과태료 검토’

이에 앞서 서귀포시 서홍·대륜동이 지역구인 이경용 제주도의원은 올 3월 “716세대라는 큰 규모의 임대아파트를 지어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지역주민에게 사랑과 행복을 나눠주겠다던 부영주택의 마음속에는 당초부터 서민들의 경제적 사정이나 서민들의 주거안정 및 삶의 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제주도의회 본회의 5분 발언이라는 공식자리에서 이처럼 부영이 책정한 높은 전세보증금과 하자보수 문제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오영훈 국회의원이 이례적으로 이에 대한 성명을 통해 부영의 아파트 부실공사와 임대료 횡포를 경고했다.

현재까지 서귀포시가 부영을 고발하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기껏 나온 대책이 ‘과태료 처분’. 그것도 ‘검토’다. 서귀포시의 이 같은 모습이 서귀포시민들의 보편적 정서를 담아 낸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해당 아파트에 입주해 살고 있는 시민들의 ‘민원’을 헤아린 것인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외면당한 법 앞의 평등

행정은 특정의 구성원이 다른 불특정 다수의 구성원에게 해를 끼치고 사회 안정을 해칠 때 해당 구성원을 ‘제재’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결코 무시해서 안 되는 대원칙이 법 앞의 평등이다. 강자엔 관대하고 약자에 엄격해선 안 된다.

사실 이번 AI사태에 대해서는 짚어봐야 할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정부의 특별방역대책기간 해제와 제주도의 타지방 가금류 반입금지 해제가 적절했는지부터 먼저 따져야 한다. 또 농가가 잘못해 고발까지 한다면, 민관이 하나 돼 AI와 전쟁 중인 시점을 선택했느냐 하는 점도 석연치 않다. 제주도가 해명한 것처럼 정부의 요구와 농가의 경각심 향상 때문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궁색하다.

이 뿐만 아니다. 물론 상황이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대형 건설사인 부영에 대응하는 전주시를 보면서 서귀포시는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농가만 콕 찍어 고발한 제주시, 대형 주택업자 앞에서 작아지는 서귀포시, 그리고 농가를 고발한 제주시를 위해 변명하는 제주도.

지금 제주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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