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문화재 해충방제 예방이 우선
목조문화재 해충방제 예방이 우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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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문화재 중에서 목조문화재는 해충에 약하다. 특히 기온이 올라가면 목조문화재의 천적이라는 흰개미가 왕성해져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도 한다. 흰개미가 목조를 파고 들어가 갉아 먹으면 마치 골다공증(骨多孔症) 환자처럼 기둥들이 속이 텅비게 된다.

제주도 유형문화재 2호인 제주향교가 이런 흰개미의 습격을 받아 향교 내 계성사(啓聖祠)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계성사의 기둥을 두드리면 텅텅 비어있는 소리가 들린다니 아마 중증(重症)인 것 같다.

제주향교 흰개미는 이미 2013년부터 확인됐다. 흰개미는 개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개미와는 다른 진화적 기원을 갖고 있다. 분류학상으로도 개미처럼 벌목에 속하지 않고 다른 종으로 분류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흰개미류 또는 등시류로 분류했으나 유전자 분석 결과 나무를 갉아 먹는 바퀴벌레와 가장 기까운 혈연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흰개미를 바퀴목의 아목으로 분류하고 있고 문화재예방보존연구소가 흰개미 퇴치 처리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2013년 이후 제주향교 내 주요 시설을 중심으로 흰개미를 유인해 발생흔적을 확인하고 약제로 퇴치하는 유인장치(군체 제거시스템)을 설치하고 건물 주변 토양에 약제를 투입해 흰개미의 접근을 차단해왔다. 하지만 최근 모니터링 결과 제주향교에 흰개미가 상당히 많이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동안의 방제작업이 실패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계성사의 벽체 등에는 흰개미가 갉아먹은 피해가 여러 곳에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래지 않아 인근의 보물 제1902호인 대성전(大成殿)까지 흰개미 피해가 예상된다. 하루속히 긴급 방제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문화재청은 2014년 제주지역 국가문화재를 대상으로 흰개미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성읍 고평옥·조일훈·한봉일 가옥(중요민속문화재)과 관덕정(보물 제322호), 제주목관아(사적 제380호) 등 5곳에서 흰개미 서식에 따른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방제에 힘을 쏟은 것 같지 않다.

방충 방역 관계자들은 흰개미가 발견됐다고 하면 그 때는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흰개미 군체가 형성됐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흰개미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흰개미 자취가 의심이 된 경우 바로 그 때 방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덕정과 제주목관아에 대한 흰개미 방제사업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예방 방제 사업비를 줄이려다 피해 수습비가 엄청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민간에서는 흰개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주향교나 제주목관아에 족도리풀이나 황벽나무들을 주변에 식생시킬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런 방제방법도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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