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소탐대실(小貪大失)' 우려
통신비 인하 '소탐대실(小貪大失)' 우려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6.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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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지난해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 통신료는 15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이 통계에 대해 일반인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월 납부하는 금액은 보통 8~9만원 선이기 때문이다. 기자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통신료는 요금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기에 기기 할부금 등이 포함되다보면 납부하는 금액은 10만원에 육박하며 이는 가계살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휴대전화를 이용한 정보 이용이 높아지면서 통화요금보다는 데이터 이용 요금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기자도 데이터 사용량 부족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데이터 보채기’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통신비 기본료 폐지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는 통신비 인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사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이 나서 기본료 폐지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힘을 보태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이미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 미래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대책을 담은 업무 보고를 세 차례나 받았으나 “통신비 인하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퇴짜를 놓고 금명간 다시 업무 보고를 받을 것으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는 문 대통령이 기본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다면 현행법을 고쳐서라도 공약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등도 이통사가 기본료를 폐지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본료 폐지가 2G‧3G에 국한되선 안되며 LTE 등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확대할 것을 국정기획위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국정기획위와 시민단체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기본료 폐지 요구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당사자인 이동통신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기본료 폐지 시 영업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선제적 방어로 최근 KT는 오는 8월부터 전국 10만 규모의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AP)를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도 최근 전국 와이파이 AP 13만8073개 중 약 59%인 8만1000여 개를 개방했다. 기본료 폐지는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기본권으로 요구되는 시대다. 모든 디지털 서비스와 통신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미래부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데이터 이용량은 2014년 12월 2.1GB에서 2015년12월 3.1GB, 2016년 12월 4.3GB로 2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데이터가 사회생활의 필수 요소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데이터 사용료에 대한 큰 부담을 갖고 있다.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을 하다가 의도치 않게 과도한 요금이 청구되는 ‘빌쇼크’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이런 국민들의 부담을 파악한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공약은 가계비 통신비 인하였지 기본료 폐지가 아니다. 기본료 폐지는 부분적인 대안일 뿐이다.

1만1000원이라는 기본료 외에도 통신비를 구성하는 항목은 많다. 기본료 폐지에 대한 논쟁은 오히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수도 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때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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