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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매 맞는 노인들 매년 증가…“가족이 두려워”
제주 매 맞는 노인들 매년 증가…“가족이 두려워”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7.06.14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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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노인 학대 예방의 날]
꾸준히 증가…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
학대행위자 대부분 가족…신고 이어지지 않아
노인 경시하는 인식 전환 및 적극적 신고 필요
제주일보 그래픽 자료

[제주일보=김동일 기자] 뇌병변 장애와 간질을 앓고 있는 김 할머니(75)는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며느리 지모씨(39)에게 폭언을 들어야만 했다. 며느리가 아들과 싸운 어느 날에는 집 밖으로 내쫓기면서 허리까지 크게 다쳤다. 며느리와 함께 산 지 1년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강 할머니(70)는 남편 김모씨(71)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는 날에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남편이 술을 마시는 날에는 폭력적인 성향이 강해져 폭행과 폭언을 일삼기 때문이다. 남편의 폭력은 한 달에 두 세 번꼴로 벌어졌다. 가장 최근엔 술에 취한 남편이 강 할머니가 웃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며 강 할머니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남편에게 왼쪽 얼굴을 심하게 맞은 강 할머니는 결국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고령화 추세 속에 노인 학대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제주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다. 14일 제주도노인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014년 69건, 2015년 72건, 지난해 81건으로 나타났다.

노인 학대는 유형도 다양하다. 지난해에 접수된 학대 유형을 보면 신체적 학대(42%)와 정서적 학대(41%)가 가장 많았고 방임 학대(7%), 자기방임 학대(6%), 경제적 학대(2%), 성적 학대(2%)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노인 학대는 가정 내에서 벌어진다. 지난해에 접수된 81건 가운데 92.5%(75건)가 가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가 아들, 배우자 등 가족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아들이 45.1%(37명)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20.7%(17명), 딸 8.5%(7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학대는 알콜리즘과 가족 간 갈등, 정신질환,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노인 학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인 학대가 대부분 가족 간에 벌어지는 만큼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제 학대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단발성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학대가 지속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신고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학대 사례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실제 사례를 확인하더라도 단 기간 내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81건의 발생 사례와 관련해 제주도노인전문보호기관에서 1560회의 학대 상담이 실시됐다. 1건당 평균 19회의 상담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제주에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노인 학대가 더욱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는 관측이 높다.

노인 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노인 경시 풍조와 차별 등의 인식을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노인 스스로도 건강관리는 물론 유산 분배 문제 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선희 제주도노인전문보호기관 관장은 “노인 학대는 인식 부족과 세대 간 가치관 충돌, 공론화 부족, 제도 미흡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기관에서 상담 등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고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학대 발생 시 반드시 상담전화(1577-1389)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노인인구 증가와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노인 학대가 신규 치안수요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노인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신고 활성화를 위해 오는 30일까지 노인 학대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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