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나타난 전설같은 이야기
현실로 나타난 전설같은 이야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13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태용 수필가·제주동서문학회장

[제주일보] 말로만 듣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사실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이 사적 제16호인 경주 월성에서 2년차 정밀 발굴조사를 하다가 약 15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인골 2구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벽에서 발굴되었다. 인주(人柱) 설화가 허구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주의 월성은 신라 때 만들어진 성이다.

최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경주 월성에서 5세기 전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서쪽 성벽의 기초 층에서 하늘을 향해 똑바로 누워 있는 인골 1구와 얼굴과 팔이 이 인골을 향해 있는 또 다른 인골 1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월성의 북쪽 해자에서는 독특한 모양의 토우(土偶), 다시 말해서 흙으로 빚은 사람 형상의 인형과 일곱 점의 목간도 발견됐다. 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중 한 목간에서는 '병오년'(丙午年)이라는 글자가 확인됐는데 작성 시점은 법흥왕 13년(526) 혹은 진평왕 8년(586)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목간에서는 경주가 아닌 지역 주민에게 주어진 관직인 '일벌'(一伐)과 '간지'(干支), 노동을 뜻하는 '공'(功) 자가 함께 기록돼 있었다. 이처럼 옛날에는 제방을 쌓거나 건물을 지을 때 제물로 살아 있는 사람을 주춧돌 아래에 매장한다거나 벽에다 묻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월성에서 출토된 인골도 마찬가지다. 성벽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벽에 두 사람이나 매장한 것이다.

제주에도 전설처럼 들려오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성산읍 수산리에 있는 수산성이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1000여 년 전 수산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해적 떼들이 밀물을 타고 들어와 민가를 약탈하고 사람과 가축을 잡아가는 일이 잦아지자 조정에서는 이곳에 진(鎭)을 설치하고 성을 쌓아 방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성담을 애써 쌓았으나 그 위로 몇 번 말을 달리자 그만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일이 연거푸 두 번이나 일어났다. 다시 동네 사람들을 동원해 15일 만에 성을 쌓았지만 성은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스님이 “그 담 속에 어린 처녀를 두면 알아볼 도리가 있을 거외다.”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조방장은 고민 끝에 동네 어떤 과부의 딸인 일곱 살 난 여자 아이를 잡아다가 성담 밑에 생매장 하였다. 그 여자아이의 희생 덕분인지 성담은 완성된 후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왜구의 침입에도 대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처녀를 묻은 그 담에서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처녀의 원혼을 달래는 굿을 하고 이후로는 ‘진안할망’이라 부르며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 후 이 처녀는 여신이 돼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도와줬다. 지금도 수산성 내에 있는 수산초등학교 뒤쪽에 진안할망당이 그대로 남아있다.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시험 보는 학생이나 군인, 공무원들의 근심을 해결해 준다고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