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관사 터, 그리고 청와대 터
도지사 관사 터, 그리고 청와대 터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06.11 18: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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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사연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주시 연오로 140번지. 이곳 제주도지사 관사가 리모델링을 마치고 내달 ‘어린이전문도서관’으로 도민들에게 개방된다. 대지 면적이 4500평에 건평이 300평으로 규모가 크다.

이 관사가 이처럼 거대한 것은 5공 시절 전두환대통령 전용 숙소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훗날 5공 청문회는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대통령 시설을 조사했다. 당시 국회 5공 청문회 출입기자였던 필자는 이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청문위원들과 함께 제주에 왔다. 시설은 제주도민 접근이 차단된 채 철통 방어가 돼있었다. 내부를 보니 대통령 1인 전용 이발관 등 그 화려함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 후 1996년 대통령 경호 유관시설에서 해제됐다.

이 관사는 1984년 준공 때부터 좋지않은 풍수(風水) 소문이 났었다. 준공 2년 전 한라산 개미목에서 일어난 대통령 경호실 대형 참사가 그 소문을 더했다. 그래서인지 이 시설은 이후 제주도지사 관사 등으로 사용됐지만 흉흉했다.

▲이 관사에 살았던 도지사들이 이런 저런 환난을 겪으면서 관사 터에 대한 악지(惡地) 풍수가 화제가 됐다. 이른바 도지사 관사 터 흉지론(凶地論)이다. 얽힌 사연과 한(恨)이 많아 그런 기운들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곳에 살았던 도지사 중에는 부인이나 가족이 참사를 입거나 본인이 법정에 피소돼 법대 앞에 서거나, 심지어 어떤 도지사는 구속돼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어느 한 사람 온전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도지사 관사로 사용되면서 기본적으로 시설 유지비만 한 해 5억원 들었다. 그런데도 어떤 도지사 부인은 입주하자마자 침실을 비롯한 내부시설을 리모델링하는 데 제주도 예산을 엄청 썼다가 도민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뿐인가. 이곳에서 흥청망청 술판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나 어젯밤 관사에 갔다왔다”는 말은 특수층을 상징했다. 원희룡 지사가 이곳에 입주하지 않은 이유도 이런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을 청와대를 떠나 광화문 청사로 옮긴다. 준비기간을 거치면 2019년쯤이 될 것 같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이유를 소통의 문제 때문이라고 했는데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청와대 흉지론’과 결부시킨다. 경복궁과 경복궁의 옛 후원 자리에 있는 청와대가 풍수지리상으로 안 좋은 터이기 때문에 국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대통령의 말로가 불운하다는 것이다.

이런 흉지론이 시작된 것은 600여 년 전 일이다. 이성계가 1394년 한양으로 천도하고 이듬해 경복궁을 창건한 후 ‘왕자의 난’이라는 골육상쟁을 겪었고 함흥으로 떠나가는 등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대한민국 건국 후에도 그랬다. 이 청와대 터가 흉지라서 역대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하야·망명, 본인 피살, 본인 구속, 자식 구속 등 최악의 말년을 보낸다는 것이다. 역시 온전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풍수는 기본적으로 동기감응(同氣感應)과 동형감응(同形感應)설에 기초해 있다. 조상의 묘를 좋은 곳에 쓰면 조상과 자손의 유전자적 인연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고, 또 생산을 상징하는 여성을 닮은 곳에 묘를 잡으면 자손이 더욱 잘 될 것이란 식의 믿음이다. 과학적인 기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10일 영남대 환경보건대학원이 주관한 제13회 풍수지리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 주제는 ‘국가 3부기관 청사의 풍수지리 분석.’ 청와대의 입지분석에서부터 국회의 풍수 입지, 대법원 입지, 헌법재판소 경관의 풍수해석 등이 다뤄졌다고 한다. 국가 기관 터의 양택, 양기 풍수에 대한 다양한 논점과 해석이 제시돼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맹자(孟子)는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라고 했다. 하늘의 때라는 것이 땅의 유리함만 못하고 땅의 유리함도 사람들의 화합보다는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하늘의 때나 땅의 이로움’을 찾을 게 아니라 인화(人和)를 구하라는 얘기다. 우리 대통령들의 불행이나 제주도지사들의 불운은 사실 풍수, 터의 문제가 아니라 인화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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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국사 2017-06-16 23:02:53
그러나 청와대 터가나쁘다면 그곳의 대통령은 모두불행해야지만
내가볼때는 김대중 김영삼(자식구속되었었지만 그것은인간의욕망때문)
이명박은 퇴임후에 좋은집에서 펀하게 잘지낸다.
내가볼때는 독재정치를한 (박정희.전두환.)그리고 무능한 박근혜 는 그들스스로가 죄를지어 그응보를 받은것이지 .청와대터가 나뻐서 그랬다는것은 논리적으로 맞지않다.
문재인후보시절 그조상묘터가지고 절대대권 못된다는 풍수가들이 많았지만
그렇지않았다. 내가볼때는 천은지와상통하니 인심을얻은자가 천심을 얻어 대권을 잡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