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는 설움
집없는 설움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7.06.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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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없는 설움’만큼 큰 상심은 없을 것이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한 시도 내려놓을 수 없는 간절한 염원이 내 집 마련이다.

요즘 들어선 ‘내 집’이 사회적 이슈 뿐 아니라 개인의 인생항로까지 결정적으로 좌지우지하는 상수(常數)가 되고 있다.

▲최근 수년째 고공행진을 하는 제주지역 아파트 매매가에 중국발 ‘사드보복’이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제주지역 아파트값 오름세가 주춤한 까닭이 사드 여파로 중국의 투자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도내 아파트값은 작년 말과 견줘 0.34% 오르는데 그쳤다. 전국평균 상승률인 0.96%에도 못 미쳤으니 오름폭이 크게 꺾인 것은 맞다.

작년 상반기 5.25% 상승률로 전국에서 최고 오름세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 하다.

두 자릿수 상승률이 일상화되다보니 도민들도 웬만한 오름세에는 많이 둔감해졌다.

이미 오를 대로 올라서 더 오르면 큰일인데, 안 올랐다고 느낄 정도가 되고 있다.

일부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가 주도하는 오름세가 마치 대세인양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편승해 빌라와 연립, 다세대주택 등 도시형 생활주택 가격도 덩달아 급등했다.

▲“고시에 합격해 시골에서 자전거 뒤에 보따리 하나 싣고 부산으로 이사했는데, 셋집이었다, 그렇게 작지는 않았지만 전셋집에 있다 보니 항상 마음에 우리 집을 갖고 싶은 것은 소망이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당시인 2003년 경기도의 한 국민임대주택단지를 찾은 자리에서 자신이 고등학교 3년 동안 25번이나 이사를 다닌 얘기를 하면서 ‘집없는 설움’에 공감했다.

주로 먹는 것보다 잠자고 공부할 집이 없어서 이사를 자주했다고 술회했다.

“한 번은 아내와 해운대의 15평형 아파트에 사는 친구집을 방문했는데,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며 “그 후론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할 때마다 산기슭에 들어선 아파트를 바라보는 버릇까지 생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집이 제일 소중하다. 사람의 생활이 안정되고, 밥 먹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집, 주택은 첫째 조건”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내 집값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수년째 이어지는 인구유입 행렬로 그만큼 주택 수요가 늘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장 많다.

매달 1000명 이상 인구 순유입(전출-전입)이 이뤄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여기에 대규모 개발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투자용 주택수요까지 더해졌다.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을 웃도는 아파트와 빌라 등이 흔해졌다.

최근 미분양 주택 규모가 크게 늘면서 주택매매가격이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들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공식적인 미분양 물량이 1000가구에 육박하면서 가격이 내리지 않겠느냐는 예상들이다.

일부 외곽지 공동주택과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어서 이런 전망에 힘을 얹어주고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얘기도 적지 않다. 한 번 오른 집값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점 수준에서 소폭의 등락은 있겠지만 큰 폭의 하락은 기대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요즘들어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 얘기가 하루가 멀다고 나온다. 치솟는 집값을 잡고 무주택서민들에게 ‘내집’의 꿈을 실현시켜 줄 대안 가운데 하나인 것은 맞다.

그런데 추진은 더디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이러다 다른 사정으로 일정이 틀어지면 낙망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민들의 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기에 행복주택 사업은 제대로 성사시켜야 한다. ‘헬제주’라는 자조섞인 오명의 출발도 결국 집이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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