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臺(월대), TV 세트장처럼 복원할 건가
月臺(월대), TV 세트장처럼 복원할 건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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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시 해안동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돌사이로 솟아나와 바다로 흘러드는 곳. 세칭 수정천(水精川), 조공천(朝貢川)이라 불리던 외도천 하류엔 수백년 된 해송 아래 얕게 쌓아 올린 둥근 대(臺)가 있다. 이를 옛 사람들은 월대(月臺)라 이름 짓고 이 냇가를 월대천이라 불렀다. 조선시대 시문을 즐기던 제주 문인들이 시회(詩會)를 열고 연회를 벌이던 곳이다. 이 월대가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조선시대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했던 목민관들의 공덕비들이 월대에 세워져있고 그런 일을 기려 문인 홍종시(洪鐘時)가 1925년에 초승달 형상으로 쓴 유명한 ‘월대비’가 세워져 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가 남긴 제주문화유적이다.

그런데 제주시 외도동주민센터가 오는 8월 열리는 제5회 월대천 축제를 앞두고 월대천을 옛 모습으로 복원한다면서 이 월대를 부수고 월대비와 제주목사 공덕비들을 뽑아냈다. 이 현장에는 공사 현황을 알리는 입간판 하나 없다. 다만 월대는 형체가 사라졌고 아무렇게나 인근에 나뒹굴고 있는 비들이 처량할 뿐이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일을 벌여도 되는지 걱정이 앞선다. 시민들이 이를 보고 “공사를 하면 어떤 공사를 하는지에 대한 안내문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놀라 떠드는 것은 당연하다.

월대천은 2009년 제주시가 선정한 숨은 비경 31곳중 대표적인 곳이다. 선조들의 숨결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사적지며 풍광 또한 매우 뛰어난 곳이다. 여름밤 동쪽 해송 숲 사이로 달이 떠오르고 맑은 물가에 달 그림자가 짙어지면 이곳에 온 사람들이 절로 탄성을 지른다. 비록 인근 개발로 인해 옛 정취가 많이 퇴색했고 지정 문화재도 아니지만 우리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귀중한 문화유적이다.

외도동주민센터가 월대와 월대천을 정비·복원하고자 하는 뜻도 그런 데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절차과정이 너무 허술했다. 어떤 식으로 어떤 업체에다 이 복원 공사를 맡겼는지는 모르나 마치 하천 공사를 하는 것처럼 졸속으로 벌이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월대 복원이 하천 공사 차원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지 않은가. 월대천은 제주선비 시문학의 중심지다. 그리고 그 월대에는 선비 혼이 깃들어있다. 고증(考證)도 없이 무슨 TV 역사사극 세트장을 만드는 것처럼 엉터리로 복원해놓고 무슨 문화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건가. 만약 이런 식으로 월대를 부숴놓고 졸속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문화유적으로서 월대의 가치가 오히려 훼손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문화유적의 복원은 크든 작든간에 100년 앞을 내다보는 지혜와 인내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제라도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장치를 마련해 월대천과 월대의 날림 복원을 막아야 할 것이다. 올 여름 축제만을 생각할 일이 아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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