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 제주일보
  • 승인 2017.06.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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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시인 / 제주대학교 제주씨그랜트센터 연구원

[제주일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 국민들은 비교적 풍요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GDP)는 2016년 기준 190여 개국 중 13위이다. 그런데도 2014~2016년 UN세계행복보고서가 발표한 한국의 행복순위는 155개국 중 56위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들은 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지나친 경쟁심이 한 가지 원인일 것이다. 선호가치의 희소성으로 사회구성원 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비교와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보다 조금 느리거나 뒤처지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존중을 보내기 보다는 경쟁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자라게 된다. 우정보다는 갈등의 감정이 자라기 쉬운 사회에서 행복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정되고 평화로움을 느낄 때에 행복할 수 있지만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원전 3~4세기에 활동하였던 철학자 에피쿠로스(Epikouros)는 쾌락을 고통이 없는 상태로 보았으며 쾌락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더 많은 고통을 얻게 되는 상황을 조장하게 되므로 행복할 수 없다면서 금욕적인 삶을 강조하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와 같은 육체적 쾌락을 느끼는 순간과 뭔가 사회에 공헌을 하였다는 정신적 쾌락을 느끼는 순간에 사람은 행복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간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 것이다. 에피쿠로스의 주장대로 우리의 인생 최대 목적은 행복이다. 성공·명예·권력·부를 모두 얻을지라도 내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다면 행복하게 완성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삶에 대한 불만족 때문일 것이다. 일상의 사소함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계획하고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이 모자란 것은 아닐까? 경쟁사회에서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눈을 뜨지 못한다면 행복지수는 올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연령이 낮을수록 ‘화목한 가정’이라고 답했고 연령이 올라갈수록 ‘돈’이라고 답했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미국의 긍정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과 삶 전반에 대해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물질적 풍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신적 풍요이다. 내가 행복하다는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일 때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200달러였음에도 대한민국 국민들보다 부탄 국민들이 더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 부탄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답한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행복의 조건은 까다롭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행복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살아가면서 슬픔·불행·실패·이별·고통 등을 경험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행복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곤궁에서 벗어나는 회복력이 훨씬 빠르며 삶에 감사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긍정적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게 된다면 행복지수는 올라갈 것이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행복을 위해서 우정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였다.

부정적인 마음의 빗장을 풀고 긍정적인 마음의 눈을 뜨게 되면 일상에서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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