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책, 이젠 ‘정리’할 때도 됐다
쓰레기 대책, 이젠 ‘정리’할 때도 됐다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6.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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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도와 양대 행정시 그리고 읍·면·동이 최근 지역현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도정정책협의회라는 자리에서 마주했다. 회의에서 서귀포시는 도시공원 내에 준광역클린하우스 시설이 가능하도록 해 줄 것을 건의했다. 제주시는 식당가에서 배출 되는 불연성 폐기물의 악취 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이번 도정정책협의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제주는 지금 ‘쓰레기와 전쟁 중’이다. 지난해 이후 제주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쓰레기 문제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쓰레기 문제의 핵심은 배출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 이를 수거·처리 하는 행정의 효율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절충안을 찾는 것이다. 여기다 덤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다. 이처럼 단순한 문제지만 그 속을 들어가 보면 복잡하기 그지없다. 배출자인 주민과 처리자인 행정의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상황의 가정과 사업장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배출자인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편안한 방법을 고수하고 고집하려 한다. 행정은 수거 및 처리의 효율성만을 보면서 배출자에게 ‘그 정도의 수고’는 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클린하우스 주변을 보면 적지 않은 곳에서 배출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부 ‘취약 지역’엔 감시 인력이 배치돼 운영되지만 이도 잠시 뿐이다. 감시 인력이 자리를 뜨면 불법 쓰레기 투기가 넘쳐난다. 말 그대로 ‘나쁜 사람’들이 설치면서 클린하우스 주변 환경이 엉망이다. 비록 소수지만 이게 시민들의 의식수준이다. 그런데도 행정은 기를 쓰고 다른 선진지에서나 시행될까 말까 한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겠다고 밀어붙였다. 시민들에게 요일별로 내다 버릴 배출품목을 외웠다가 해당 요일에 맞춰 정해진 위치에 내 놓으라고 했다. 다분히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좋은 결과를 기대했던 자체가 오만이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근절되지 않으면서 쓰레기 처리의 전진기지격인 클린하우스까지 ‘혐오시설’로 낙인찍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적지 않은 클린하우스가 이 때문에 가동을 폐쇄하거나 실제 철거 됐다. 이쯤 되면 쓰레기 정책에 대한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도 됐다. 지금 이 순간 어지간한 클린하우스엔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작동되고 있다. 행정이 조금만 발품을 팔면 무단투기자를 찾아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불법으로 투기를 일삼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 설득하고 또 이해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도 안 되면 그 땐 법과 원칙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 불법투기가 근절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쓰레기 정책도 결국 쓰레기 통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쓰레기 배출방법은 가장 단순하고 쉽게 만들어야 한다. 주민들의 ‘수고’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도 될까 말까 한 게 쓰레기 행정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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