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안 되는 선거, 투표권을 줄게'
'나만 안 되는 선거, 투표권을 줄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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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미국의 한 트위터 이용자는 ‘16세에 투표권을 주지 않으면서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100살 노인들에게도 투표권을 줘서 멋대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한다’는 내용을 게재해 수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사실 ‘노인들이 젊은이들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말은 트럼프 대선 때 나온 말이다.

한국에서도 투표권이 없는 5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정권 실현을 촉구하며 제19대 대통령선거에 맞춰 모의투표를 실시했다. 청소년의 참정권 실현을 위한 사회적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직접 뽑는 모의투표였다. ‘나만 안 되는 선거, 투표권을 줄게’라는 구호도 내걸었다.

청소년들의 참정권 실현은 더 깊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대적 요청이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대통령선거일인 지난 5월 9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모의 대선’을 치렀다.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운동본부’는 서울 등 전국 30곳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온라인으로도 투표를 진행했다. 누리집 등을 통해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 선거인단 6만75명이 모였고 그 중 86.08%인 5만1715명이 참여했다.

청소년들은 모의투표를 통해 대통령으로 문재인을 뽑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5만1715표 가운데 2만245표를 얻어 39.1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실제 대선과는 달리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36.02%를 얻어 근소한 차로 2위에 올랐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10.87%),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9.35%),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91%) 순으로 이어졌다.

YMCA전국연맹은 “인류는 신분, 성별, 인종의 벽을 무너뜨리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확장해왔고 남은 것은 나이의 장벽뿐”이라며 “만 18살 청소년이 참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것이 바로 찌들지 않고 포기하지 않은 우리 청소년들의 생각이며 거기에서 희망을 본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러한 미래가 올 수 있게 해달라고 바라본다.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일은 사회 참여에 대한 교육기회로 삼는 일이다. 학생을 ‘교복 입은 시민’, ‘교복 입은 유권자’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참교육이라 할 수 있다. 광화문 촛불 집회와 탄핵 과정에서 청소년이 보여준 높은 민주 시민 의식과 올바른 정치적 판단력, 성숙한 질서 의식은 시민의 자격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21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했으나 1950년에 20세, 2005년에 19세로 한 살씩 선거권 연령을 변경했다. 이처럼 참정권 확대의 역사는 우리나라에도 전례가 있으며 훗날 더더욱 확대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마 언젠가는 또다시 시간이 흘러 사회 각 구성원들의 긍정적 합의에 따라 투표연령이 18세로 또 한 단계 낮아질지도 모른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건전한 정치사회 안에서 사회 구성원 다수가 젊은층에게 자연스럽게 참정권을 보다 넓게 나누어 주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사회진보의 장으로써 이루어지는 상황이기를 기대해 본다.

청소년을 미래가 아닌 현재의 시민이라고 인식할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불어 성장한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신분, 성별, 인종의 벽을 하나씩 무너뜨리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확장해 왔다. 이제 남은 것은 나이의 장벽뿐이다.

어른들 못지않게 청소년들도 정치를 안다. 청소년들도 공부하고 뉴스를 보는 시민으로서 투표권을 가져야 나라도 바뀔 수 있다. 입시지옥과 청년실업 문제를 풀어줄 사람에게 한 표를 줄 수 있다. 인구의 고령화 속도와 청소년의 정치적 각성 수준을 고려하면 선거 연령을 낮춰야 한다. 현재의 18세는 학창시절에 정치·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사고를 경험해 정치적 학구열이 누구보다 높다. 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고 판단력이 미숙해 투표권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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