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以熱治熱)과 동병하치(冬病夏治)
이열치열(以熱治熱)과 동병하치(冬病夏治)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6.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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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학 박사

[제주일보]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드는 날씨다. 무더위는 그 자체로도 부담되지만 견뎌내는 과정에서도 몸의 이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1차적으로 더위에 지쳐 활력이 떨어지고 고온다습한 공기의 과다흡입으로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도 있고, 더 심한 경우 일사병으로 혼절할 수도 있다.

이에 한낮시간의 과도한 일광노출을 피할 수 있으면서 환기가 잘되는 환경을 가까운 곳에 조성해서 업무의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건강을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식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위를 이기기 위한 방법들이 지나쳐 2차적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한의학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차가운 음식을 적당히 섭취할 경우 열이 내리고 기분도 상쾌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지나칠 경우 위장이 차가워져서 소화력이 떨어져 영양분 흡수 저하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반대의 경우인 이열치열(以熱治熱)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

더위를 더 뜨거운 음식으로 이겨내겠다는 생각 자체는 몸에 유익한 면이 아주 없는 것만은 아니다. 제주도처럼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여름에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몸에 습이 더욱 쌓이게 되는데 입맛이 없어지고 몸이 무거워지는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생기는 습담(濕痰)을 없애는데 쓰이는 약성이 방향화습(芳香化濕藥) 약물로 매운맛도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배출되면서 냉각된 소화기를 활기차게 해서 습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매운맛은 운동하지 않아도 땀을 배출해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 주므로 심신에 쾌감을 주기도 한다. 이에 스트레스해소용으로 중독성 있는 매운맛의 지나친 섭취가 발생할 수 있다. 습담을 없애줄 때까지는 좋을 수 있지만 적정선을 넘어 과다 섭취하면 1차적으로 소화기계통의 자극과 흡수율 저하가 생기고 2차적으로 열성 영양분의 과도한 체내축적으로 수면장애, 각종 건조증, 변비 같은 진액 부족 증상이 생기게 되는데 여기서 더 지나치게 되면 각종 염증과 종양이 쉽게 유발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따뜻한 기후가 부담스럽기보다 오히려 기회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복부 냉증으로 인한 수족냉증 생리불순 난임의 경우 무더운 여름일지라도 복부에 뜸을 떠주면 다른 계절보다 우수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치료에 있어서의 이열치열을 한의학에서 동병하치(冬病夏治)라고 한다.

겨울철 심해지기 쉬운 냉증은 여름에 치료가 효과적이란 뜻이다. 하지만 종종 이열치열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입마름이나 수면장애 또는 가슴 갑갑함 같은 상열감을 호소하면서도 발은 아주 차거나 축축한 경우가 그것이다. 이때는 水火의 불균형 중 진액(水)이 심하게 부족해서 열(火)이 발생한 경우로 보양(補陽)을 위해 하복부를 따듯하게 하는 것보다 補陰하여 상열을 식혀야 발의 온기가 쉽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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